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방선거가 7번이나 치러졌지만 시각장애인들은 여전히 비밀투표권을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권위가 4년 전에도 지적한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울산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 등에 따르면 5,000여명에 달하는 울산지역 시각 장애인을 포함해 전국의 시각장애인들은 6·13지방선거에서 후보자 이름이 없는 투표보조용구(점자)에 투표를 해야했다. 후보자 이름없이 기호만 점자로 인쇄돼 있다보니, 시각장애인들은 비밀투표를 하고 싶어도 선거 사무원 등 진행요원의 도움없이는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이날 울주군 제2선거구에서는 참관인 2명이 투표자가 지정한 보조인을 믿지 못해 투표소에 따라 들어가는 등 해당 장애인은 3명 앞에서 자신의 표를 공개할 수 밖에 없었다.
이윤동 울산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장은 "비밀선거라는 중대한 선거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시각장애인에 대한 명백한 인권 유린"이라고 지적했다.
한 시각장애인은 "지금의 투표보조용구는 두꺼운 종이를 반으로 접는 방식으로 그사이에 투표용지를 끼워서 사용하는데 선관위 사람들이 끼워서 주면 투표를 하러 움직이는 과정에서 투표용지가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만약 움직이거나 다른 후보에게 표를 찍을까 봐 두려운 시각장애인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외국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이 터치 방식으로 투표를 진행하는 사례처럼 우리나라도 장애인들의 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중앙선관위는 지난 4월 모의투표까지 진행했지만 사전투표 때도 투표용구가 제시간에 마련되지 않은 투표소가 있어 물의를 빚었고 실제 선거에선 전국 시각장애인들이 비밀선거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대해 울산시선관위측은 대선 때는 후보가 적어 이름까지 찍어서 배포하지만, 지방선거의 경우 후보자가 많아 물리적인 여건상 인쇄를 다 마칠 수 없어 부득이하게 생긴 일이란 입장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인쇄가 가능하더라도 교육감 선거처럼 지역별로 나눠서 하는 선거의 경우 지역별 편차가 있을 수 밖에 없고, 타지역과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전국이 일률적으로 기호만 인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영기자 uskjy@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