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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지역 사회의 가장 큰 이슈가 됐던 현대중공업의 문제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오는 7월말 나스르 프로젝트가 출항하면 8월부터 현대중공업 해양사업은 일감이 없다. 모두 2,600여명의 임직원들이 일손을 놓아야 할 형편이 된다는 말이다.
해양사업 전원이 이른바 '유휴인력'이 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하는데도 현대중공업 노조는 뒷짐만 진채 또다시 '파업카드'를 만지고 있다.

회사는 지난달 말 대표이사 및 사업대표 명의로 담화문을 내고, 남은 프로젝트의 원만한 마무리와 함께 일감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노조에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 줄 것을 요구했다.

또 대리 이하 사무기술직 직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갖고, 타 사업 전환배치 및 그룹사 전출 희망자를 접수받기도 했다. 회사는 신규수주가 없어 향후 휴직, 급여 반납 등 고통분담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유휴인력 문제는 올해 초 임단협 타결시 노사가 별도 TF에서 해결책을 모색하기로 합의한 뒤, 회사는 해양 등 유휴인력 문제를 논의할 것을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노조는 응하지 않고 있다. 노조는 대신,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항의(5/28), 임단투 출정(5/29), 심지어 대우조선의 산별전환을 위한 선전전 활동(6/4~5) 등 외부 투쟁과 지원활동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벌써부터 20억이 넘는 쟁의비 예산을 편성하고 오토바이 경적시위 참가자에게는 주유권을, 출정식 참가자에게는 손 선풍기 등 경품까지 대거 지급해가며 집회하는 것 외에 현장 조합원의 목소리를 듣고 현안을 풀려는 노력은 안보인다. 경품이라는 '당근'을 써 봐도 출정식 참석자는 2016년보다 100여명 줄어든 900명에 그쳤다.

노동조합은 앞서 지난 4월말, 3일간의 파업찬반투표 결과 역대 최저인 51.7%의 찬성률로 가결했다. 조만간 중노위에 노동쟁의 조정신청과 함께 대의원대회를 거쳐 쟁의발생을 결의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이럴 경우 5년 연속 파업 기록에 휴가 전 타결도 어렵게 된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노조가 출정식 집회 시 외친 구호는 강제구조조정 및 공장외주화 반대, 고용안정 생활임금 쟁취 등만 주장했다. 동료인 해양 조합원들의 아픔을 이해하는 얘기는 없다. 눈앞의 가장 큰 현안을 외면한 채 명분만 앞세우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올해 임금은 월 30만원 이상 인상(기본급 및 자기계발비), 성과금250%+@ 지급 등 호황기 때보다 더 많이 요구하고 있다. 임금 요구만 놓고 본다면 회사가 한해 추가로 부담해야 할 돈이 1,200여억원, 1인당 월 110만원이나 된다. 고통분담을 위해 기본급 반납이 필요하다는 회사의 주장과 괴리가 너무 크다.
현대중공업은 일감 확보에 안간힘을 써 온 결과, 조선은 5월까지 19척을 따내 작년보다 다소 나아졌지만, 해양은 입찰에 참가한 모든 프로젝트에서 중국 싱가포르 등 경쟁국에 밀려 수주에 실패했다.  패인은 경쟁국에 비해 비싼 인건비와 낮은 생산성이다.
최근 들어 싱가포르와 중국에 연달아 빼앗긴 해양 프로젝트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애초에 '게임'이 될 수 없는 것이었다. 싱가포르의 인건비는 월 80만원, 중국은 169만원에 불과하다. 이러니 입찰에서 국내 조선업체의 가격경쟁력은 15~25%나 뒤처져 있는 것이다.

전망도 암담하다. 2016~2017년에는 대폭적인 경영합리화 등에 힘입어 간신히 흑자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수주절벽에 따른 매출급감에 이은 환율 하락, 강재가 인상 등으로 연간 수천억 적자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그런데도 노조는 지난 2년간 조합원의 권익과 복지향상 대신 수십 차례의 파업과 점거 농성 등에 30억이 넘는 조합비를 썼다. 그 사이 임단협은 2년째 지연됐고 조합원에게는 금전 피해를, 회사에게는 파업 손실을 안겨줘 위기를 가중시켰다.

더욱이 한 지붕아래 해양사업의 동료들이 일감 고갈로 생사의 기로에 처한 것이 목전인데, 노동조합은 여전히 회사 탓만 반복하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수년째 일감이 크게 줄었는데도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 반대를 일삼다 결국 문 닫고 만 한국GM 군산공장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길 바란다.

상황이 끝나고 나면 돌이킬 수 없는 법이다. 정말 정면으로 바라봐야 하는 문제는 외면한 채 변죽만 울리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미래는 암담하다. 물론 결정에는 많은 고통이 따른다는 것도 인정한다. 당연히 고통스러운 과정이겠지만 미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지금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감내하고 유휴인력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현대중공업 노사는 물론 울산이 함께 사는 길이다. 명분만 앞세우다 위기극복 골든타임을 넘긴 나머지 자칫 공멸의 위기를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하는 쓴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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