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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곳에서 하면 안될까요? 바빠서요. 꼭 해야 되는 건가요?"
통계자료 작성을 위해 사업체 또는 가구를 방문하면 응답자 80% 이상이 첫마디로 하는 대답이다. 통계청 직원들은 어려운 조사환경에서 자료를 제공받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 오고 있다. 이렇게 어렵게 작성된 통계는 고용률, 소비자물가 등의 이름으로 국민 앞에 제공된다. 물론 지금은 행정자료를 이용한 통계가 많이 제공되고 있지만 아직도 응답자 생각과 의식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면접을 통한 자료수집이 상당수 필요하다.

통계를 이용하는 국민의 대다수는 본인들이 제공한 자료가 집계되어 나타난 수치인줄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수치들은 그냥 어디에서 불쑥 등장한 것처럼 본인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로 치부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는 매우 복잡하고, 어렵고, 응답해주면 본인들한테 불이익이 돌아올 것으로 생각하여 선뜻 응답하기를 꺼려하는 것 같다. 특히 통계청이라면 고개부터 흔들고 피하고 싶은 대상이 된지 오래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대 변화에 따른 지자체 역할이 강조되고, 국민의 원하는 것(needs)에 대한 요청 또한 날로 늘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와 니즈는 무엇을 기초로 하여 만들어지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응답자들이 제공해준 소중한 자료는 여러 단계를 거쳐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귀한 자료로 탄생된다. 이런 자료는 정부와 지방단체, 그리고 각종 연구단체에 제공되기도 하며, 우리나라 정책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장 흔한 예로 신생아가 감소해 나라 전체의 앞날이 걱정이라는 것과 노령층 인구 증가로 복지비가 증가할 것이라는 것 등이다. 흔히 술집에서 대화를 나누다 가장 많이 나오고 서로 언쟁까지 일어나는 현상이 수치로 내 옆에 자리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정책 수립에 기본이 되는 수치가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이 제공한 수치로 본인들이 유리하게 이용하는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정작 본인에게 필요한 수치를 의심스런 마음으로 사용하고, 그 수치에 대해 불신하게 된다면 본인과 통계간 괴리가 생기는 것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응답자들은 이런 의심보다는 개인정보 보호라는 명목으로 정부와 국민이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작성하는데 불응하기 위한 보호장치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통계는 우리가 실생활에서 많이 체감하고 있다. 예전 흔히 볼 수 있었던 다방이 자취를 감추고 테이크아웃 커피숍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고, 일천만 반려동물을 위한 동물병원, 네일 숍 등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다. 또한, 신생아 감소로 산부인과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게 된 것과 의대에서 산부인과 전문의 신청자가 줄어든다는 신문기사들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이러한 모든 사회현상이 통계라는 데이터로 형성되고 각각의 데이터는 사회구조와 맞물리면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로 탄생하는 것이다.

경기가 침체되고 살기 어려워졌다는 말이 요즘 인사처럼 되어버렸다. 그럼 경기가 언제와 비교해 얼마나 어려워졌고, 살기 힘들어졌는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이는 국민들이 응답해준 각종 수치가 지역 제조업 부진과 실업률 증가, 고용률 감소, 소비자물가 상승 등으로 나타나 그 현상을 뒷받침 해주기 때문이다.

지금은 사회현상과 관련된 통계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서는 이러한 통계를 선제적으로 생산하고 이를 정책결정 과정에 제공하고 있다. 지역별 고용조사, 사회조사, 이민자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경제통계통합조사 등 계속되는 조사에 응답자들의 피로도가 증가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는 우리나라가 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으로 통계조사에 성실히 응해주실 것을 당부한다.

선진국일수록 통계에 대한 국민 인식과 응답률, 정확도는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응답자 80% 이상이 "제가 작성해 드릴께요"라는 주인의식을 가진 적극적이고 투명한 열린 시대가 우리나라에도 곧 올 것이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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