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살기 좋은 도시란 흔히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시라고 한다. 인프라란 사회 발전의 밑바탕이 되는 시설로, 크게 도로나 항만, 전기, 통신 같은 산업 인프라와 상하수도 시설, 병원, 학교 등 생활 인프라로 나눠진다. 요컨대 편리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기반 시설을 잘 갖춘 도시가 살기 좋은 도시란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여기에 문화 인프라 개념을 추가하는 추세다. 문화 인프라란 박물관, 전시장, 도서관 등 문화예술을 누리고 즐길 수 있는 시설을 말한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덩달아 높아진 문화생활 욕구가 반영된 결과다.

울산의 산업 인프라는 타도시에 비해 잘 갖춰진 편이다. 생활 인프라도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문화 인프라에 이르면 광역시란 말이 무색해진다. 문화 인프라의 가장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인 도서관 수가 광역시 가운데 가장 적으며, 따라서 시민 독서량도 매우 빈약한 편이다.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울산 시민의 연간 독서량은 6.6권으로, 서울의 11.8권은 물론, 전체 평균 8.3권에도 못 미친다. 도서관이 부족하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지난 4월 26일 문을 연 울산도서관에 벌써 20만 명 가까운 인파가 몰리고 있다고 하는데, 이것은 울산 시민의 지적, 문화적 갈증이 그만큼 컸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버스 노선도 충분하지 않고, 배차 시간도 길어 접근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한번 가려면 마음을 단단히 먹고 준비를 해야 한다. 울산도서관만으로 도서관 부족 현상이 해소될 수도 없다.

울산에는 대표도서관인 울산도서관 말고 시교육청에서 관리하는 남부, 중부, 동부, 울주도서관 등의 공공도서관이 있다. 각 구마다 하나씩 있는 이들 도서관이야말로 주민들이 손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초도서관이다. 그러니까 울산도서관이 일종의 랜드마크라면, 이들 도서관은 생활편의시설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도서관들도 오래전에 지어져 이제 증·개축을 하고 있다. 울주도서관은 도서관 바로 옆에 건물을 지어 증축을 하였고, 중부도서관도 이전을 앞두고 임시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남부도서관은 지은 지 오래돼 부지도 협소하고 장서도 부족한 편인데 아직 아무 계획도 없다. 마침 울주군청이 이전을 해 그 부지가 비게 된다고 한다. 그곳에 남부도서관을 새로 짓고 기존의 도서관은 별관처럼 사용하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요즘은 도서관이 단순히 도서를 보관하고 대여하는 기능을 넘어 문화 강좌나 전시회를 열고, 각종 문화 행사를 이끌고 기획하는 장소로 진화하고 있다. 남부도서관을 새로 짓는다면 이처럼 문화와 관련된 모든 것을 기획하고 수행하는 일종의 복합문화센터 기능을 하면 좋을 것이다. 이색도서관이나 전문도서관 설립도 고려해볼 만 하다.

울산은 대외적으로 공업도시, 공해, 원전과 가까운 위험한 곳이란 인식이 강하다. 산업이 발달해 경제적으로 비교적 풍족하다고 하지만 왠지 삭막하고 정신적, 문화적 여유로움이 느껴지지 않는 도시라는 것이다. 이런 고정관념과 편견을 바로잡으려면 문화감수성을 높일  기반시설의 확충이 필요하고, 특히 다른 지역에 비해 부족한 도서관 건립은 더더욱 절실히 요구된다. 마침 울주군청이 이전해 생기는 부지는 협소하고 낡은 남부도서관을 신축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버스 노선이 많아 교통이 편리할 뿐 아니라, 바로 근처에 울산대공원이 있어 대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도서관도 아울러 이용할 수 있어 접근성과 효용성이 아주 크다. 그래서 남구 주민만이 아닌 울산시민 전체가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김구 선생은 <백범일지> 중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에서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 문화의 힘은 행복의 차원을 넘어서 나라나 지역의 경쟁력과 관련이 있다. 문화 콘텐츠야말로 미래자원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진 경제력이 문화수준을 끌어올리는 단계였다면, 이젠 문화의 힘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 수준을 견인하는 역할 전이 단계로 접어들었다. 그 문화의 힘을 기르는 것이 도서관의 역할이다. 단지 좀 더 높은 값을 기대하고 부지를 민간에 분양해 아파트나 상가 건물이 들어서게 하는 것은 문화적 욕구가 큰 울산 시민의 자긍심에 상처를 주고, 울산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근시안적 사고이다. 울산의 미래 경쟁력을 위해서도 공공도서관은 더 많이 세워져야한다. 도서관이 주변 가까이 있어 가고 싶을 때 언제라도 들를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공업도시 울산과 아울러 도서관도시 울산이란 인식이 생기길 바란다. 일본처럼 도서관과 연계한 관광코스를 개발하는 것도 좋겠다. 울산도서관 건립으로 그 가능성을 보였으니, 이제 걸음의 방향을 정해야 한다. 울주군청 부지는 도서관 건립의 최적지다. 당국의 용단을 기대한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