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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넘어질 때가 있습니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그루터기에 걸려 넘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릴 때는 친구들이 장난으로 길가에 묶어놓은 풀에 걸려 넘어지기도 했습니다.
우리도 이 풀을 길 곳곳에 묶어놓고 꼴망태를 메고 숨어서 간을 조리며 누가 넘어지나 하고 지켜보았죠.

여러분 생각나시죠? 길가에 가장 흔하면서도 질긴 그 풀.
질경이보다도 훨씬 질긴 풀.
땅에는 얼마나 강하게 착근해 있는지.
소가 걸려도 뽑히지 않고 그 덩치 큰 소를 뒤뚱거리게 했던.
아마 말이 걸려도 넘어지고 말 것입니다.

그 풀의 이름이 무엇인지 아세요? 그 풀의 이름을 어릴 적에는 몰랐습니다.
그령입니다. 꾸부령, 암그령, 암크령이라고도 합니다. 그령. 이 말은 '두 끝을 당기어 매다'라는 의미의 북한 사투리 '그렁이'가 변해서 그령이 됐다는 설이 있습니다. 그령과 비슷한 것으로 각시그령, 참새그령, 능수참새그령이 있습니다.

 

 

그령
그령
수크령
수크령
갈대
갈대

 

옛날 중국 춘추시대 진나라에 위무자(魏武子)라는 사람이 살았습니다.   
그는 병이 들자 그의 아들에게 자신이 아끼고 사랑하는 첩을 개가시켜 순장(殉葬)을 면하게 하라고 유언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병세가 악화되어 정신이 혼미해진 위무자는 애첩을 자살하도록 하여 자신이 죽으면 함께 묻어 달라고 유언을 번복하였습니다. 위무자가 죽은 뒤 그의 아들 위과(魏顆)는 아버지가 정신이 혼미했을 때의 유언을 따르지 않고 그의 서모(庶母)를 개가시켜 순장을 면하게 해주었습니다.

후에 위과가 전쟁에 나가 적과의 싸움에서 위태로울 때 그의 서모 아버지의 망혼(亡魂)이 나와 적군의 앞길에 풀을 잡아매었습니다. 이 풀에 적의 두목이 탄 말이 넘어졌고 적의 두목을 사로잡아 위과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게 되었습니다.

결초보은(結草報恩). '풀을 묶어 죽어서라도 그 은혜에 보답한다'이 사자성어가 바로 위무자 고사에서 유래되었으며 그 풀이 그령입니다.
그령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는 곳이면 어김없이 자랍니다. 그래서 질경이와 늘 함께 살죠. 이 풀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는 자라지 않습니다. 요즘은 논길조차 시멘트로 포장을 해 옛날보다는 흔하지 않지만 사람이 다니는 흙길이면 어디서든 볼 수 있습니다. 대신에 수크령은 사람의 발길이 약간 빗겨난 곳에서도 자랍니다.

하! 수크령을 소개하지 않았군요. 그령이 암크령이라면 수크령은 숫그령에서 온 말입니다.
암그령이 부드럽고 섬세하고 여성적이라면 수크령은 좀 억세고 거칠고 박력이 넘칩니다. 만발한 수크령 꽃에 아침이슬이 내리고 햇살이 비추면 그 영롱함이 눈부신 아름다움을 연출합니다. 수크령에도 흰수크령, 붉은수크령, 청수크령이 있습니다.

태화강가에 그령을 찾아 나섰습니다. 길을 포장해 그렇게 흔하지는 않지만 드문드문 길가에서 사람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천 정비 사업을 하면서 태화강전망대 건너편 강가에 심었던 수크령은 세월이 지나면서 지금은 갈대, 억새, 물억새, 달뿌리풀 등 다양한 벼과식물들에게 조금씩 자리를 내어주면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지금 들길을 걷고 계신다면 그령과 수크령을 한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쉽게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태화초등학교장·녹색지기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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