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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감소와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산업이 또다른 암초를 만나 초비상이다. 미국 정부의 수입차 25% 관세 부과가 유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자동차산업의 중요성과 미국 자동차업계의 어려움, 무역 상대국과 미국의 자동차 관세율 차이에 따른 피해를 강조하며 "수입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 국가 안보에 해를 끼치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232조 조사에 착수할 것"을 밝혔다.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 안보 위협에 대응해 수입을 제한할 수 있는 조치로 최대 25%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미 상무부는 지난 20년 간 수입차 점유율이 16%p 상승한 반면, 미국 내 자동차산업의 고용은 22% 감소, 관련 국내 기술 발전이 저해됐다는 점을 들어  자동차 분야도 232조 조사대상에 포함한다고 밝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SNS에 "우리의 위대한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에게 빅 뉴스가 곧 있을 것이다"며 구체적이고 신속한 조치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자동차 업계에선 최근 미 행정부가 5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 부과 강행 등 무역전쟁을 불사하는 실력 행사에 들어가자 단순 엄포로만 보기엔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한국 자동차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세계 10대 자동차 생산국 가운데 2016년 기준 한국 자동차 미국 수출 비중은 23.7%로 캐나다(83.7%), 멕시코(38.3%)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국내 자동차 제품에 만약 25% 관세가 부과되면 연간 85만 대에 달하는 대미 자동차 수출길이 완전 막힐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40조 원에 달하는 생산 감소와 13만 개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자동차 생산강국 위상이 흔들리며 국가 경제가 최악을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 411만 4,913대 가운데 미국 수출 물량 84만 5,319대가 줄어들면 생산대수는 326만 9,594대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는 2004년 이전 생산규모 수준이다.

25% 관세 적용시 국내에서 생산한 2,000만 원대 차량을 미국에 수출할 경우 500만 원 이상 더 비싸져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된다. 국내 공장에서 미국 수출 물량을 생산할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여서 대미 수출 물량에 대한 국내 생산을 불가피하게 포기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미국 시장은 가장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의 격전장이다. 국내 완성차업체 중 가장 규모가 큰 현대차의 경우 미국시장에서 판매 부진이 누적된데다 높은 인센티브 지출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25% 관세까지 더해지면 미국 현지생산 비중을 늘리거나 국내 공장보다 비용이 저렴한 다른 글로벌 생산기지로 미국 수출 물량을 옮길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선 최악의 경우 국내 완성차 공장 일부가 축소되는 상황까지 전개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GM 군산공장 폐쇄에 이어 이번 사태가 국내 완성차공장 축소로 이어지면 국가·지역경제에 미치는 파장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산업은 전후방 연관효과가 주력산업 중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관련 산업에 미치는 직간접적 영향력이 막대하다.
따라서 미국 수출 물량만으로 대규모의 생산과 부가가치, 고용 감소가 발생하게 된다. 미국 수출 물량 해외 이전에 따라 국내 생산 물량이 감소할 경우, 자동차 업계와 함께 성장해온 수많은 중소 부품업체들도 동반 위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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