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의 종가를 자처하는 중구가 대표축제 마두희를 이번 주말 시작한다. 오늘부터 24일까지 3일간 울산의 중심인 원도심 일원과 성남동 태화강변 일대에서 열리는 '2018 울산마두희축제'는 말 그대로 울산 중구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올해는 처음으로 320년 전 마두희의 모습을 재현해 연출하는 마두희 역사관과 체험존을 신설해 역사적 의미를 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축제의 메인 행사인 큰 줄당기기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지난해와 같이 유료 신청자를 모집해 진행한다. 행사는 축제 첫날인 22일 울산동헌에서 전통문화인 화전놀이를 시작으로, 기원행사와 비녀목 운반, 문화의 거리 메인무대에서 개막주제 공연과 축하공연 등으로 진행되는 개막식이 열린다. 둘째 날인 23일에는 중앙길에서 동대항 줄다리기와 울산동헌에서 전국소리경연대회가 개최되며, 마두희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울산 큰 줄당기기 마두희를 위해 동군(무룡중), 서군(태화루)이 집결해 행렬을 시작한다. 또 울산 중구의 대표 캐릭터인 '울산 큰애기' 선발대회도 열린다.

축제의 계절답게 울산의 각 지역마다 정체성을 살리고 지역민을 하나로 모으는 축제가 한창이다. 울산에서도 올들어 수많은 축제가 열렸다. 해가 갈수록 유난히 지역민의 참여를 유도하는 주민 참여형 축제가 능고 있다.

그 중에서 단연 돋보였던 것은 중구가 전국 축제로 판을 벌인 울산마두희 축제다. 중구가 울산의 원도심이라는 자부심과 역사성을 바탕으로 한 중구만의 자존감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요란한 과대포장을 지양하고 마두희라는 오래된 옛것을 기본으로 오늘의 거리문화 콘텐츠를 접목시킨 작업이 마두희 축제다. 종갓집이라는 전통성을 부각하면서 몇 해 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구시가지 골목골목과 거리 곳곳을 전통과 현대의 융합에 몰두했다.

몇 해 전부터 전국의 지자체들이 추진해오고 있는 지역 축제를 들여다보면 성공적인 사례와 함께 실패한 사례의 경계가 분명해진다. 그 갈림길의 핵심은 옛것을 오늘의 현장으로 드러내는 작업에 있다. 없는 것을 만들고 있는 것을 부정하는 작업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없는 춘향이를 만들어 내고 없는 논개나 흥부를 억지스럽게 끌어들인 지자체의 축제는 한 번의 이벤트로 사라졌다. 근본이 없고 중심을 잡아줄 역사성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사라졌지만 오래된 우리 것을 찾아내고 이를 다듬어 오늘의 옷을 입히는 작업은 그래서 유용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바로 그 지점에 울산 마두희 축제가 있다. 

마두희 축제는 300년이라는 역사성을 가진 축제다. 거슬러보면 울산이라는 지역의 큰 줄다리기 행사였던 마두희지만 일제강점기에 명맥이 끊긴 우리의 근현대사와 맥을 같이해온 우리의 놀이였다. 울산의 오래된 줄다리기 놀이는 그 이름도 특별하다. 낯선 이름 마두희는 울산 최초의 읍지인 학성지에 족보를 드러내고 있다. 동대산이 바다로 빠져드는 형세가 말머리 같이 생겼다는데서 기인한 '마두'와 그 마두가 마을을 등진 채 바다로 달려 나가는 모습을 놀이로 돌려놓겠다는 발상이 신선하다. 말이 머리를 동해로 두고 마을의 기운을 뺏어갈지도 모른다는 불안 심리는 지역민을 하나로 모이게 했고 굵고 질긴 짚단을 끈으로 엮어 줄다리기의 대동놀이로 말의 기운을 다시 끌어들인다는 발상이 마두희였다. 우리 민족다운 발상이다. 어찌할 수 없는 재앙을 두고 수용과 관용의 미학으로 역신을 다스린 처용의 춤사위나 거대한 자연의 기운을 대동의 힘으로 끌어당겨 한곳에 응집해 보려는 마두희의 발상은 놀랍게도 닮았다. 

여기서 하나 짚어볼 문제는 바로 '마두희'에 대한 명칭 문제다. 마두희라는 이름이 학성지에 나오고 300년의 전통을 가진 이름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1936년 이후 명맥이 끊긴 마두희가 다시 살아난 것은 오늘의 사람들이 옛것을 찾아 그 의미를 살린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문제는 옛것을 찾아 오늘의 문화로 만들어 내는 것이 반드시 옛 이름과 형식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중구는 울산의 종가다. 종가는 그냥 오래된 고을이기에 종가가 아니다. 울산을 울산이게 하고 울산을 내일로 나아가게 만드는 힘의 원천이 중구에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중심에는 1000년 전 울산이 세계와 소통했던 국제무역항이었고 통일신라의 거점이었다는 사실로 입증된다. 무엇보다 울산은 외솔 최현배 선생의 고향이자 대한독립군 총사령으로 일제에 정면으로 맞서 대한남아의 기개를 높인 박상진 장군의 얼이 서린 곳이다. 

전통을 축제에 낯선 이름 '마두희'를 '말놀이'나 '말몰이'로 변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말의 머리를 한자식으로 불러 마두희라 했다면 그것은 조선의 지배계급이 지은 이름일 것으로 추측된다. 민초들은 말몰이로 불렀을 가능성이 높다. 줄다리기의 동군은 두루마기를 입고 서군은 치마나 저고리를 나타내는 복장을 착용하는 것도 전통적 복식과 우리 것의 재현이라는 측면에서 권장할 일이다. 왜색 가득한 외줄승부가 아닌 두 마리 말이 합일점을 찾아 새로운 기운을 만드는 것이야 말로 말몰이, 혹은 말놀이 축제의 완성판이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