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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산업의 새로운 먹거리로 각광받았던 현대중공업의 해양플랜트 작업장이 비록 일시적인 조치지만 문을 닫게 됐다는 소식이다. 참담한 이야기다. 이 공장은 지난 35년 전 조선 선진국에서도 어렵다던 플랜트산업의 심장으로 우뚝 선 대한민국 조선산업의 자랑이었다. 그 공장이 35년 만에 처음으로 가동을 중단했다. 해양플랜트 수주가 43개월째 끊겨 더 이상 일감이 없기 때문이라니 더욱 참담한 지경이다. 이 와중에 현대중 노조는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노조는 이미 지난 20일 파업권을 확보하기 위한 법적 절차에 들어갔다.

중노위가 열흘 동안의 조정기간을 거쳐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파업 절차에 돌입할 태세다. 현대중 노사는 지난달 초 임단협 상견례를 시작으로 경영현황 설명회, 노조 요구안 설명회 등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임단협을 진행하고 있지만 노사 사이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양플랜트의 가동 중단사태까지 빚어지자 강환구 사장은 파업을 준비 중인 노조에 회사를 살려 달라고 읍소하고 나섰다. 현대중은 지난주 공식적으로 해양사업부 가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강 사장은 직원들에게 보내는 담화문에서 "7월 말 나스르(NASR) 프로젝트 마지막 모듈이 출항하면 해양야드(조선소 작업장)에서 더 이상 작업할 일이 없다"고 밝혔다. 또 "일감이 확보될 때까지 가동을 중단하고 조직은 통폐합 절차를 밟게 된다"고 덧붙였다. 해양사업부 가동 중단은 1983년 현대중공업 해양공장 준공 이후 3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자 국내 조선3사 중에서도 처음이다. 현대중의 마지막 해양플랜트 수주는 2014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따낸 지금의 나스르 원유생산설비다.

회사측은 "외부의 누군가가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도 없고 무책임한 투쟁 구호는 더더욱 아니다"라며 노조의 태도 변화를 요청했다.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해양사업부의 정규직 2,600여 명, 협력사 직원 3,000여 명은 계열사나 조선사업부로 옮겨가야 한다. 하지만 조선사업부도 이미 일감 부족으로 유휴 인력이 발생해 근로시간을 줄인 상황이다. 문제가 점점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변하는 양상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울산의 경제 사정이 현대중의 파업 사태로 이어진다면 암담해 진다. 노조는 무엇이 직장을 지키고 지역과 시민을 위한 길인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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