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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개봉한 하정우 주연의 '터널'은 갑자기 무너져 내린 터널 안에 홀로 갇힌 주인공 '정수'의 생존과 구조를 그린 영화다. 영화 중반부에선 정수가 제트팬(대형 송풍시설)을 보고 자신의 위치를 구조대에 알리는 장면이 나온다.구조대는 설계도를 보고 제트팬 설치 구간에 집중적으로 구조작업을 펼친다.

하지만 만약 울산에서 정수처럼 터널에 갇히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면? 제트팬으로 위치를 추정하는 방법은 기대하기 어렵다. 울산 도심터널 중 제트팬을 보유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울산시와 한국도로공사 등에 따르면 현재 울산 도심에 14개, 울산~해운대 고속도로에 5개, 울산~포항 고속도로에 24개의 터널이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제트팬과 같은 제연설비가 갖춰진 곳은 울산~해운대 1개, 울산~포항 5개에 불과하다.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제연설비는 '도로터널 방재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에 따라 현재 1,000m 이상 터널에만 의무 설치하도록 돼 있으며, 해당 터널도 규정에 따라 1,000m 이상에만 제연설비가 설치돼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 규정과 관련해 최근에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모든 화재에서 인명 피해의 가장 큰 원인이 연기에 의한 질식이고, 특히 터널은 밀폐된 구조적 특성으로 연기 배출이 쉽지 않아 제연설비 유무에 따라 피해규모나 구조상황 등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 실제 이번에 차량 화재가 발생한 범서 제2터널도 제연시설이 없는 탓에 소방대가 진화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해외 선진사례를 살펴보면 프랑스는 300m 이상 터널에 제연시설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선 올들어 서울시가 500m로 의무 규정을 강화하는 등 모범을 보이고 있다. 무룡·마성터널 등 1,000m에 육박하는 터널들이 있는 울산도 이번에 또 한번 터널 화재를 겪은 만큼, 제연시설을 구비하는 등 안전설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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