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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바로 코앞입니다. 거실 창으로 소나무, 상수리나무, 메타세콰이어가 보입니다. 손짓만 하면 나무들은 친구처럼 성큼성큼 내게 걸어올 듯합니다. 책꽂이의 동시집들도 내게 말을 걸어올 때가 있습니다. 오늘은 김륭 선생님의 동시집 '엄마의 법칙'이 내게 말을 겁니다.


# 엄마의 법칙

                                             김륭

사자에게 엄마가 곁에 있었다면
살찐 너구리는 통통 무사했을지 몰라.

엄마, 저거 먹는 거야?
-먹을 순 있지만 너구리 엄마가 얼마나 슬프겠니.

악어에게 엄마가 곁에 있었다면
어린 누는 무사히 강을 건넜을지 몰라.

엄마, 저거 먹는 거야?
-먹을 수 있지만 누 엄마가 얼마나 울겠니.

엄마란 어떤 존재일까요?
엄마는
두 개의 심장을 가질 수 있고
처녀의 몸으로 아들을 품고 낳기도 하지요.

# 할머니들

                                             김륭

빨갛게도 파랗게도 살아 보았을 테고
노랗게도 하얗게도 살아 봤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 세상 모든 할머니들은
꽃일까?
꽃집 주인일까?

 

최미애 아동문학가
최미애 아동문학가

'할머니들'
이 시집에 나오는 시 중에 제가 좋아하는 시입니다.
엄마의 엄마인 할머니들은 장미꽃으로도 살아 보았을 테고, 엉겅퀴로도 살아 보았을 테고, 함박꽃으로도 살아 보았을 테지요. 그러니까 할머니들은 꽃이면서 꽃집 주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꽃과 꽃집 곁에서 살고 있는 것입니다. 어른과 아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들, 한 편의 동화 같기도 한 시들을 모아놓은 이 동시집은 그러므로 할머니들의 법칙이기도 합니다. 
 최미애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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