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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가시리잇고 (고려민요)

가시리 가시리잇고 나는
버리고 가시리잇고 나는
위 증즐가 대평성대(大平成代)

날러는 어찌 살라 하고
버리고 가시리잇고 나는
위 증즐가 대평성대(大平成代)

잡사와 두어리마는
선하면 아니 올세라
위 증즐가 대평성대(大平成代)

설온 님 보내옵나니 나는
가시는 듯 돌아오소서 나는
위 증즐가 대평성대(大平成代)
 

가시리잇고 (현대적 편집)

가시렵니까? 가시렵니까? / 버리고 가시렵니까 / 저를?
어찌 살아가라고/ 버리고 가시렵니까 / 저를?
붙잡아 두고 싶지만 / 다시는 오지는 않을까 / 두려워
서운한 님 / 보내 드리니 / 가시는 듯 돌아오소서

 

박진한 시인
박진한 시인

진달래꽃은 우리나라 국민 시 한 편이라 시인의 소개는 생략하고 특별한 글을 쓰고 싶다. 이미 많은 문학평론가에 의해 위의 두 시는 시적 비교 연관성이 꽤나 연구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나름 나의 방식으로 연구해 보기로 한다.
김소월의 시는 '진달래꽃' '예전에 미처 몰랐어요' '못 잊어' '먼 후일' '초혼' 등 상실과 아픔을 노래하며 전통 삼국시대 민요 '가시리' '정읍사'와 맥이 닿아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여기서는 시인의 평전이나 논문을 쓰는 것이 아니기에 시를 간단히 비교 분석하며, 문법적 구성을 짧게나마 연구해 보기로 한다.
우선 가시리잇고 문법적 구성은 '가다+당신+나를 버리고', 구성은 동사+주어+목적어(보어)순으로 순수 우리말의 어순에서는 주어를 생략하거나 또는 아무 데나 놓아도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어가 '당신'이 되고 '나'는 목적어가 된다.
반면에 진달래꽃은 '나+가다+보내드리다', 구성은 주어+동사+목적어(보어)를 두어 영어식 어순에 가깝다는 것이 발견된다. 주어는 즉 '나'가 되고 목적어가 '당신'이 된다.
즉 우리말 어순은 목적어가 주어로 점차 다가오는 어순이며, 영어는 주어에서 행동이나 상태가 점차 멀어져가는 어순이다. 간단하지만 주어가 당신과 나로 달라지는 것은 시대적 변화에 서양문화의 영향으로 영어적 의식이 의도적이든 아니든 반영된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이번 저의 작은 연구가 비록 문법적 단편 해석이고 초라하고 독단적인 견해에 불가하겠지만 꼭 한번은 써보고 싶었던 글이기도 하다.  박진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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