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마전 밤 늦게 아이가 아파 울산대병원 소아전용응급실을 찾았다. 한 시간 넘게 기다려 진료를 받긴 했지만, 아픈 아이를 데리고 찾을 수 있는 믿음직한 병원이 있다는 것 자체가 참 감사했다. 수년전 만해도 울산에선 24시간 여는 소아응급실이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마냥 감사할 일은 아닌 것도 사실이다. 울산엔 이 곳 말고 야간에 소아과 당직의사가 있는 병원이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남·북구 주민은 울대병원, 울주군 주민들은 양산부산대병원 찾는 현실이다.

물론 한 곳이라도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크다. 때문에 소아전용응급실이 한 곳도 없었던 포항은 한 해 7억 8,000여만 원을 포항성모병원에 '파격지원'하고 있다. 당직 의료진 구하기가 어렵고, 환자 수도 적어 운영비 지원 없이는 운영을 못해서다.

울산의 경우 이 한 곳의 그늘이 커서인지, 시는 이런 방안은 아예 고려도 하지 않아왔다. 달빛어린이병원을 모집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운영비 지원이 안돼 참여 병원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울산시가 민간 병원 소아응급실 운영비를 지원하냐 마느냐의 문제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가치판단을 필요
로 한다. 아픈아이를 데리고 야간에 더 먼 거리를 달려 병원에 가고, 더 긴 대기시간과 진료의 불편함을 겪는 것이 한 해 몇 억의 예산을 쓰는 것보단 낫다고 판단한다면 현 상황을 유지해야 한다. 아니면 그만큼 혹은 더 적은 예산을 들여 야간에 소아과 진료라도 가능하도록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부모들의 피부에 와닿는 이런 방안들이 마련돼지 않는 한 아이 키우기 좋은 울산은 요원한 일이란 점이다. 십수년 전 기자가 어릴 때 심한 복통에 아버지와 30분을 차로 달려 병원에 갔지만 진통제만 처방받고 돌아선 기억이 난다. 그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참 좋아졌다지만 지역사회가 관심을 갖고 더 나은 울산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