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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민선 7기 공식 임기가 시작됐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울산은 완전히 다른 정치지형을 갖게 됐다. 보수의 성지처럼 인식되어온 울산이 진보정치의 심장으로 완전히 변모했다. 시장부터 기초단체장은 물론 시의회와 기초의회까지 진보정당의 후보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말 그대로 울산이 진보정치의 시험대가 된 셈이다.

오늘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첫 업무를 시작한 시장과 교육감, 구청장 및 지방의원들은 이제 그동안의 인수위 활동에서 점검한 여러가지 현안들을 순차적으로 실행해 나가야 한다. 뿐만아니라 후보시절이나 야인시절에 갈망해온 사업이나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직접 챙겨나가야 한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리더를 원했던 시민들의 부름을 받은 단체장들에게 몇가지 당부를 하고자 한다. 그동안 우리 정치권은 그야말로 국민들로부터 외면받는 냉소주의를 키웠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정치실종은 다름 아닌 정치인 스스로가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에 생겨난 풍조다. 정치가 사적 이익이나 이념적 목적에 동원되는 수단으로 전락해온 결과라고 본다.

이번에 새로 선출된 정치·행정 일꾼들은 그럼 점을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으리라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공동선을 위해 아낌없이 연대해 나가길 바란다. 공동선을 지향한 연대는 사회의 도덕적 덕목이다. 따라서 정책 시행에 앞서 인간 존엄성과 사회 공동선에 부합하는가를 먼저 따져보길 부탁한다.

지방정치는 선출직보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몫이 더 크다. 시민의 원활한 협조와 지지가 있어야만 지역사회가 순탄하게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과 중앙 정부가 인간 중심의 행정을 펼치는지, 각 정당과 정치인들이 국민복지와 행복을 뒷전에 두고 개인과 특정 단체의 이익만 추구하는지 철저히 감시 감독하는 것은 바로 시민들의 몫이다. 혹시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면 주어진 정당한 권리로 견제하고 비판해야 한다.

울산은 이번 선거를 통해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시장과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거의 대부분 지역에서 완승했다. 무엇보다 과거 집권당이었던 자유한국당에 대한 엄중한 질책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6·13 지방선거는 보이지 않는 민심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주었다. 울산의 경우 정치신인들이 대거 의회에 진출하는 새로운 지방정치사가 만들어졌고 그동안 텃밭으로 치부해온 기존 정치권에게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다. 무엇보다 자유한국당의 아성이던 시장자리가 더불어민주당으로 넘어갔다는 것은 엄청난 변화다. 이제 숨 가쁘게 달려온 지방선거는 끝났다. 선거로 인한 지역사회의 반목과 갈등을 치유하고 미래를 향한 새로운 힘을 모을 때다.

울산시정과 울산의 교육정책을 펼쳐나갈 송철호 시장과 노옥희 교육감에게 당부한다. 지금 가장 먼저 할 일은 그동안 시정과 교육행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부분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짚어야 한다. 막연한 여론이나 주장에 휩쓸리지 말고 성과와 수치, 반응과 결과 팩트체크를 통해 확실하게 진단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사업이나 정책에서 소모적 대립과 갈등 요인이 없는지를 살피고 소외되고 배제된 부분이 없는지도 꼼꼼히 살펴주길 바란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나가는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갈등과 분열의 시대를 끝내고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에 대한 꿈과 소망으로 시민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돌이켜보면 이번 지방선거는 선거기간이 짧았지만 상대적으로 많은 인사들이 지역의 일꾼을 자처하며 서로가 지역을 위한 공약과 목소리를 쏟아냈다. 그만큼 경쟁도 심했고 치열한 승부처도 많았다. 이 같은 시점에서 우리는 몇 가지 경계해야 할 일들이 있다. 그동안 선거전에서 기여했다는 이유를 내세워 공 다툼을 하거나 그럴듯한 명분과 낯빛으로 '전리품'을 탐하는 주변 사람들이다. 이들을 과감히 물리치지 않으면 출발부터 한발 짝도 나아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곧 있을 인사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과거 보수정당의 집권 당시 가장 적폐의 대상이 됐던 부분이 바로 인사의 난맥상이었다. 측근이니 실세니 하는 사람들의 전횡이 지방권력을 무너뜨리고 부패의 온상이 됐던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선거 공신'들이 시정과 구정, 교육행정을 농단한 예는 수도 없이 봐온 일이다. 인사에서의 전문성과 합리성은 그래서 단체장들의 색깔을 드러내는 공식적인 의사표현이기도 하다. 이번에 출범하는 새로운 리더들은 그런 점에서 인사에서의 새로운 바람을 불어오길 기대한다.

결국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고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재를 심어 위기의 울산을 타개해 나가는 동력으로 삼아주길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속도의 문제다. 적폐청산과 개혁의 방향은 정해졌다. 이제부터는 우선순위와 속도의 문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를 정하고 순차적으로 만들어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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