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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울산을 이끌 송철호 시대가 열렸다. 시민들이 송철호 시장을 선택한 것은 새로운 시대를 갈망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과거 지방정부가 어떤 문제를 안고 있었는지를 제대로 살펴야 그 개선책이 나온다는 사실이다. 그 단적인 예가 바로 절차의 문제다. 도시의 미래를 결정하고 시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를 정하면서 밀실행정 비공개 행정 끼리끼리 문화를 자행해 온 것이 많은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한 때 대통령 공약이었다가 흐지부지 돼버린 국립산업박물관 입지 선정 문제가 바로 그 좋은 예다. 산업박물관은 지난 2014년 울산시의 입지선정 심사를 통해 남구 울산대공원 인근에 들어서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4년이 지난 현재까지 후보지의 적합성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비공개로 남아있다. 불투명한 선정 과정으로 인해 정치 논리가 우선시됐다는 등의 각종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23년 지방정부의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밝힌 송철호 울산시장은 이를 계기로 혁신형 공공병원 부지 선정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벌써부터 각 구군에서는  유치 의사를 밝힌 상태다. 송 시장이 이끄는 울산시가 과거 국립산업기술박물관과 같은 조급하고, 불공정한 입지선정 과정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울산시는 지난 2014년 7월 국립산업기술박물관 입지선정위원회를 통해 남구 울산대공원(남부순환도로 627번길 72 일원, 23만㎡)을 국립산업기술박물관 건립지를 확정했다. 이곳은 울산 도심과 인접해 있고 울산대공원, 울산박물관 등과의 연계성이 높아 좋은 점수를 받았다는 게 당시 시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여론 수렴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정확한 점수는 비공개되는 등 선정 과정은 매끄럽지 않았다. 먼저 건립후보지를 추천하는 과정이 졸속으로 진행됐다. 울산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박물관을 유치하면 상징성과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막대한 기대효과 때문에 5개 구·군 모두 적극 유치 경쟁을 벌였다.

중구는 다운목장 내 22만㎡, 남구는 울산대공원 내 개발제한구역 23만㎡, 동구는 대왕암공원 일대 26만㎡, 북구는 강동관광단지 일원 22만㎡, 울주군은 KTX 울산역 인근 부지 25만㎡를 각각 추천했다. 구·군이 후보지를 추천하는 기간은 고작 1주일이었다. 시는 박물관 유치와 관련해 구·군 추천방식의 경우, 지역 간 갈등과 유치 경쟁 과열을 일으킬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시장이 바뀌면서 후보지 추천으로 선회했다. 구·군은 주어진 시간 내에 전문가 현장 답사를 하는 등 준비 과정을 거쳤지만, 후보지의 장점을 부각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논리를 마련하기는 힘들었다. 구·군 의회와 협의 과정조차 거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후보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내용도 공개되지 않았다. 시는 최적의 입지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선정하겠다며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된 입지선정위원회 구성했다. 6명은 울산지역 외 도시계획, 교통, 건축, 시민단체 등 전문가로 위촉했다. 경제성, 접근성, 건립 용이성, 연계성, 도시개발 효과, 산업역사 상징성, 환경적합성, 재해안전성 등에 점수를 부과, 최종 합산 점수가 가장 높은 지역을 선정했다.

하지만 각 항목마다 부과된 점수가 얼마인지, 해당 점수를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등 객관적 지표는 공개되지 않았다. 특히 가장 유력한 건립지로 거론되던 KTX울산역 인근의 심사 1차 탈락은 아직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KTX울산역은 울산전시컨벤션, 복합환승센터 등 역세권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곳으로 이와 박물관이 연계되면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됐다. 당시 경제성이 부족하더라도 경제성이 높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았다.

또 KTX를 비롯해 경부고속도로, 울산-포항·울산-함양 고속도로 등 광역교통망의 중심지로 울산과 인근 도시뿐만 아니라 전국의 관광 수요 흡수에도 가장 유리한 곳이었다. 당시 외부로 알려진 탈락 사유는 타 구에 비해 토지 매입비가 많이 들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군은 비용 문제가 산업박물관 건립에 부담이 될 경우 군이 부지 매입비 전액을 부담하는, 사실상 무상 제공하겠다는 제안까지 한 상태였다.

선정 과정이 투명하지 못한 탓에 그동안 정치논리를 우선한 각종 공공기관 계획 및 부지 선정 관행이 이어졌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의 행정은 4년이 지난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시는 당시 '비공개'를 원칙으로 했다는 이유로 여전히 객관적인 후보지 점수 공개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자체적으로 후보지를 재선정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사업이 무산된 이후 산업자원통상부가 진행 중인 '국립산박 로드맵 수립 용역'에서 재검토 의견이 있을 경우 재선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했지만 현실화되기는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지적이다. 울산의 미래를 결정짓는 공공시설을 추진하면서 앞으로 이 같은 우를 다시 범하는 일이 없도록 무엇보다 절차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입지선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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