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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울산의 대표브랜드인 고래를 테마로 축제의 장이 열린다. '2018년 울산고래축제(Ulsan Whale Festival)'다. 울산을 대표하는 여름축제로 거듭난 고래축제는 8일까지 4일간 장생포고래문화특구 일원에서 개최된다. 이번 축제의 모토는 '고래의 꿈! 청년의 꿈! 울산의 꿈!'이다.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고 청년의 꿈을 맘껏 펼칠 수 있는 축제가 핵심이다. 이번 축제는 무엇보다 과거 현대미포조선 장생포 공장이 있던 장생포 해양공원 부지를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5,000여 평 규모의 초대형 워터파크를 조성해 '해수영장'을 운영하고, 지역에서 보기 힘든 뮤지션들을 초청해 관객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음악축제 '장생포 뮤직페스티벌'을 기획해 울산 대표 여름축제로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수상 플라잉보드 공연을 선보였던 기존의 '수상퍼포먼스'는 공중퍼포먼스 '프로젝트 날다'를 함께 구성해 이색적인 볼거리를 선사한다. 이와 함께 장생포 거리 곳곳에서 예술가들이 펼치는 거리 예술 공연을 마련하고, 바다 속 풍경을 미디어 아트로 표현한 퍼레이드가 어우러지도록 축제장을 꾸민다. 고래문화마을에 준비된 참여형 교육 체험 프로그램 '고래학교'와 고래광장에서 울산대교의 야경을 보며 즐길 수 있는 루프탑 라운지 파티 '장생포차'도 만나볼 수 있다.

울산의 고래축제는 이미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진 대표 축제가 됐다. 문제는 23년만의 지방정부 교체로 그동안 추진됐던 고래관광의 내용이 변화의 변곡점에 놓이게 됐다는 점이다. 문제가 있는 콘텐츠나 절차의 불합리성을 고쳐나가는 게 맞다. 하지만 축제의 핵심과 뼈대를 좌우하는 문제는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동물보호에 대한 다른 시선을 인정하면서 합리적 의사결정을 통해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하는 과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래축제 때마다 고래생태관의 존폐가 논란이 됐던 기억을 떠올리면 앞으로 고래방사를 주장하는 단체의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래관광의 핵심에 대한 생각은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옳다.

단적인 예로 고래생태관에서 태어나 자라고 있는 새끼 돌고래 고장수의 예도 그렇다. 고장수는 지난해 6월 13일 고래생태체험관의 전시용 돌고래인 장꽃분(추정 나이 19세·큰돌고래)에게서 태어났다. 아버지 돌고래인 '고아롱'에게서 성(姓)을 따고, 건강하게 오래 살라는 의미의 '장수'를 붙여 고장수라는 이름이 지었다. 고래에 대한 방사나 사육을 두고 논란이 첨예한 상황에서 고장수가 1년 이상 생태관에서 살아남아 건강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의미가 있다. 수족관 돌고래의 생태환경을 최적화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한 사육사들과 행정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다. 동물 학대라는 이름으로 비난하기는 쉬워도 그 이면에 수많은 이들의 땀과 노력이 배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곤란하다. 선악의 기준이나 옳고 그름의 이중적 잣대로 바라보기엔 아기 돌고래의 심장소리가 너무나 크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울산에서 돌고래에 의미를 두려는 것은 울산과 고래의 인연 때문이다.

울산과 고래는 오래된 공동체다. 태화강이 생태복원의 교과서가 되고 반구대암각화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달라지면서 울산은 동해로 나가는 한반도의 기상이 옹골차게 서린 오래된 역사성의 도시라는 명성을 되찾아 가는 상황이다. 그 오래된 역사를 복원하는 노력은 바로 울산시민들의 몫이었고 그 노력의 결과가 울산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시대적, 아니 역사적 소명이 됐다. 많은 이들이 놓치고 있는 울산의 역사와 문화 유전인자는 바다다. 산과 강, 온 산하에 서린 역사와 문화의 흔적은 울산의 보물창고와 같은 것이지만 그 기운이 고스란히 내려앉아 질퍽하게 펼쳐진 동해는 이 땅에 퍼질러 앉아 대대손손 삶을 가꾼 선조들의 꿈이었다. 산자락 휘감아 등짐에 지고 태화강 백리 길을 굽이돌아 달려간 바람이 망망한 동해 앞에 숨이 멎는 순간을 대면하지 않은 사람들은 바다를 모른다. 바로 그 바다의 심장이 고래다.

반구대암각화에 가죽배가 새겨져 있고 그 배를 타고 7,000년 전 사람들이 고래사냥으로 삶을 이어온 증좌가 있지만 정작 울산에는 이제 고래가 없다. 배를 타고 동해로 나가면 가끔 만날 수 있는 고래와 고래생태체험관에서 동물 학대의 상징이 된 채 불편하게 만나는 고래가 있을 뿐이다. 고래도시 울산에 생태체험관을 만들고 고래마을과 고래박물관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일부의 주장처럼 상업적 이윤을 쫓는 행태라면 비난 받아 마땅하다. 학대의 상징이라면 당장 부숴버리는 게 맞다.

문제는 불편한 문제를 애써 끌어안고 짊어지고 가는 이유다. 바로 울산이 인류 최초의 고래사냥터였고, 그 문화가 제의와 발원, 회화와 문자의 기원으로 우뚝 서 세계인의 자랑이 되기 때문이다. 왜 반구대암각화를 보존해야 하고 고래생태관에서 태어난 고래를 모든 노력을 기울여 생육하고 보호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다. 울산의 오늘은 산업수도지만 뿌리는 바다와 고래였고, 그 심장소리가 아직도 뛰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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