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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혁신도시 부지에 당초 계획했던 백화점 대신 복합쇼핑몰 건립절차를 알아보던 신세계그룹이 쇼핑몰은 추진하지 않는다며 입장을 정리했다. 이미 백화점은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해온 신세계측이 쇼핑몰로 전환하는 사업에도 진척을 보이지 않자, 신세계와 동반 진출을 꾀했던 동원월드시티가 결국 분양을 포기하고 내년께 부지 매각을 검토하기로 했다. 혁신도시 중심상업지 내 '투톱'의 건립 계획이 수년의 진통 끝에 진전 없이 원점으로 회귀하거나 무산 위기에 놓이면서 일대 상권에 파장이 불가피해졌다.

# 신세계 "인허가 절차 문의, 의례적 행위"
5일 신세계 그룹에 따르면 신세계 측은 울산 혁신도시에 스타필드 건립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당초 백화점 용도로 부지를 매입했고, 이후 건립 계획이 구체화되거나 전환된 것이 전혀 없다는 게 신세계측 입장이다. 그러면서 지난 2월 울산시에 복합쇼핑몰 인허가 절차를 문의한 것을 두고는 '의례적인' 절차였다며 선을 그었다.

신세계 신규개발팀 관계자는 "백화점 부지를 매입할 당시부터 쇼핑몰과의 결합 등은 다양한 활용안 중 하나로 이미 거론됐었다"며 "인허가 절차를 문의한 것은 통상 유통업계가 부지 활용을 놓고 다각도로 강구하는 경우의 수 중 하나였을 뿐, 스타필드 건립을 전제로 진행한 것은 아니다"고 못박았다.

이 관계자는 "백화점 사업과 쇼핑몰 사업은 그룹내에서 분리돼 있고, 백화점 용지에 스타필드를 건립하는 사업이 추진되려면 업무를 공조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 이후 내부에서는 그런 절차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며 "그룹내 복잡한 사정으로 울산에 주력할 수 없는 형편이 아니고, 더욱이 혁신도시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 지는 당분간 결론 내릴 수 있는 시점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의 이같은 행보를 놓고 최근 유통업계 정책이 변화되고 단체장들이 바뀌자 시간을 두고 울산시장을 관망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세계는 2013년 혁신도시 내 약 2만 4,300㎡ 규모의 백화점 신규 출점용 부지를 555억 원에 매입 후 5년간 사업 시행을 미뤄왔다. 경기 침체로 기존 백화점 매출이 하락하고 있는 울산 유통업계 구조상 당장 신규점을 출점하기엔 예상보다 사업성이 낮을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신세계 입점을 공약했던 박성민 중구청장이 사업 이행을 독려하자 백화점 건립이행을 위한 MOU를 맺는 등 의례적인 절차로 시간을 벌어왔다는 것이 일각의 시각이다. 실제 백화점 입점을 기대하고 입주한 인근 주민들과 상인들은 백화점 건립 등이 지연될 것을 우려해 중구청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 5월 정부가 대기업 복합쇼핑몰의 입지와 영업을 제한하는 유통산업발전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쇼핑몰 출점에 제동이 걸렸다.
동시에 지역 전통시장 회장단 등 200여 명의 상인들로 구성된 울산시상인연합회가 신세계복합쇼핑몰 입점 저지에 나서기로 하는 등 반발기류도 확산됐다. 이러한 가운데 지방선거가 치러지면서 단체장이 교체되자 신세계측도 무리해가면서 사업 확장을 하지 않겠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 동원 "내년까지 진척없으면 부지 매각"
신세계의 출점 연기는 혁신도시 상권에 적지 않은 여파를 미치고 있다. 한때 울산 최초 초고층 아파트로 추진돼 지역 최대 이슈였던 혁신도시 '동원월드시티'(동원비즈니스센터·DWBC)는 연내 계획했던 분양을 포기했다. 신세계가 빠진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사업을 강행하기에는 리스크가 높기 때문이다.

동원 측은 당초부터 배후 수요나 도로망 개설 등을 따져볼 때 신세계 효과가 없이는 투자비용 대비 수익률을 담보할 수 없다고 보고 사업을 시작했다. 동원 측은 내년까지도 신세계의 움직임이 구체화되지 않으면 사업을 포기하고 부지를 매각할 방침이다. 한 때 쇼핑몰로 전환하는 등 사업을 가시화하는 듯 했던 신세계의 사업이 다시 원점으로 회귀한 상태에서 더이상 막대한 금융비용을 무릅쓰고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동원개발은 앞서 지난 2015년 25층짜리 아파트 3개동에 58층짜리 비주거시설 2개동을 포함시킨 '복합비지스센터'를 세우기 위해 신세계백화점 예정 부지와 나란히 붙은 복합용지 2만 1,625㎡를 매입한 바 있다.

동원개발 관계자는 "혁신도시 특성상 신세계가 백화점이든 쇼핑몰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사업을 확정지을 경우엔 상호 집적화에 따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신세계든 동원이든 독자적으로 출점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라며 "내년까지 신세계 움직임을 기다려보고 진척이 없으면 불가피하게 사업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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