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암각화, 정치논리 빠져라
반구대암각화, 정치논리 빠져라
  • 울산신문
  • 승인 2018.07.0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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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편집이사 겸 국장

지방정부가 교체되면서 문화관광 분야 정책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 송철호 울산시장이 취임과 함께 반구대암각화 보존문제와 태화강 관광벨트사업,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사업 등 울산시의 기존 문화관광 정책이 전면 재검토 수순에 들어갔다. 잘못된 정책이 있다면 제대로 추진해 나가는 것이 맞다. 그 일단의 조치로 시립미술관의 공사추진을 중시시키기도 했다. 절차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확보하는 것에는 어떤 이해관계도 끼어들면 안 된다. 송철호 시장은 울산시가 지금까지 추진해 온 '태화강 그랜드관광벨트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제트보트나 짚라인 등의 관광 산업은 태화강 고유의 관광 가치와 컨셉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사업 추진에 급제동을 건 것이다. 또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설치사업과 관련해서도 "중앙정부(환경청)에서 환경영향평가 결과 부동의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원점에서 다시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까지는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방향을 잡아간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동의할 수 있다. 문제는 반구대암각화 보존에 대한 생각이다.

후보 시절부터 송 시장은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안에 대해 기존의 보존방안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해왔다. 문화재청과 대립하며 보존방안을 연구했던 이전 집행부와 달리 문화재청과 함께 해결책을 찾겠다는 '순리론'이다. 울산시가 10년 이상 주장해온 '생태제방축조안'을 폐기처분 하겠다는 의사다. 문화재위원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반대하는 생태제방안을 폐기하고 문화재청의 사연댐 수위조절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물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송 시장은 지난 선거과정에서 경북 안동, 영천댐 물을 가져와 사연댐 수위를 낮춰 암각화를 보존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송 시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낙동강 수계관리 일원화에 따라 환경부가 관리하는 낙동강 상류의 남는 물을 가져와 식수로 활용하면 사연댐 수위를 낮춰 국보인 암각화도 보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과 수도권 문화단체가 10년 이상 주장해온 수위조절안과 뿌리를 같이하는 안이다. 수위조절안은 언뜻 보면 이상적인 해결책으로 보이지만 정부가 식수이전에 이해관계가 있는 지역의 주민들을 하나의 의견으로 모아갈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송 시장 스스로도 밝힌 것처럼 정부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경북지역 지자체와의 협의가 필수다. 그러나 최근 물 문제는 지자체마다 자신의 몫을 챙기는데 혈안이 되다시피 하고 있다. 맑은 물을 확보하기 위해 지자체 마다 식수단속을 강화하는 상황인데다, 물을 주는 조건으로 정부나 울산시가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실제로 정부가 2009년부터 추진중인 '울산권 맑은 물 공급사업'의 경우, 청도 운문댐 물을 사용하기 위해 수년간 대구·구미가 민관협의체까지 만들어 협의에 나섰지만 구미 시민 반발로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다. 울산시나 정부가 구미시민에게 물을 가져오는 조건으로 적당한 대가를 제시하지 않다보니 어떤 결론도 못 내고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물관리일원화 정책을 통한 식수문제 해결을 울산의 입장에서 해석하고 막연하게 기대하는 것은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그동안 숱하게 있어왔던 반구대암각화에 대한 정치적 접근법이다. 그동안 반구대암각화는 총리가 취임하면 연례행사처럼 거쳐 가는 필수코스가 됐고 유력 정치인들의 단골 탐방코스로 이름을 올렸다. 그 때마다 정치인들은 '자맥질하는 국보' '지역의 이기심에 물고문 당하는 문화재' 등의 감성적 소감을 내놓고 인기에 영합하는 말잔치만 하고 갔다. 온 나라가 보수여당이 집권하던 시절이나 진보정권이 권력을 장악한 지금이나 정치가 개입되는 순간 반구대암각화 보존은 소리만 요란했지 내용 없는 공전으로 시간 끌기만 되풀이 하고 있다. 

이번 지방정권 교체로 반구대암각화 보존 문제는 또다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몰리게 됐다. 지금의 분위기라면 과거 10년의 갈등을 넘어서는 정치적 선동에 반구대암각화가 희생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반구대암각화의 경우 새누리당 집권 시절부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까지 10여년을 끌고 있는 사안이다. 문화재계의 국정농단이라 할 만한 사안이다. 문제가 이렇게 뒤엉킨 것은 무엇보다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가 아집과 불통으로 원형보존이라는 이상한 논리를 10년 이상 고수하면서 빚어진 결과다. 핵심은 원형보존이 아니라 반구대암각화를 물에서 건져내는 일이다. 세계 어느 곳에도 자연유산이 아닌 문화유산을 가지고 주변 원형 운운하며 딴지를 거는 일은 없다. 문화재위원들이 고집하는 원형보존이나 형상변경 불가는 처음부터 잘못된 접근이다. 반구대암각화는 불행하게도 사연댐이 들어선 이후 발견됐고 그 가치를 알았을 때는 이미 주변의 자연경관이 원형을 잃은 상태였다. 더구나 일부에서 주장하는 대곡천과의 조화 역시 대곡댐 건설로 그 원형이 훼손된 것은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원형 운운하는 것은 자가당착이자 아집과 독선에 불과하다.

유네스코가 말하는 보존은 지금 현재 상황에서 최선의 보존을 찾아가는 노력이다. 관점이 잘못됐으니 그 뒤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억지스러울 수밖에 없다. 문화재위원회는 유네스코 등재 기준을 잘못 해석해 원형보존을 고집하고 있지만 암각화 주변에 물이 항상 고여 있는 것 역시 주변 지형과 환경의 변경에 해당된다는 모순에 빠진 셈이다. 반구대암각화를 자체로 보존할 생각은 하지 않고 허구헌날 원형 운운하다보니 허송세월만 한 셈이다. 무엇보다 송 시장은 이같은 반구대암각화 보존의 흑역사를 제대로 파악하고 정치논리를 배제한 보존법을 고민해야 한다. 일부 학자나 단체의 아집에 끌려가는 보존대책은 또다시 갈등과 반목의 시간으로 되돌아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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