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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호 울산시장이 취임직후 울산시립미술관 시공사 선정 절차를 중단시켰다. 민선 7기 송철호 시장 인수위원회가 문화예술 분과보고회에서 "시립미술관 건립 추진과정에서 충분한 여론 수렴이 부족했고, 민선 7기 시정철학이 담긴 미술관 건립이 필요하다"며 시공사 선정절차를 중단하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울산시는 이에 따라 지난 4월 6일 조달청에 시공사 선정을 의뢰한 업무를 중단해달라는 공문을 지난 2일 보냈다. 조달청은 당일 곧바로 나라장터 홈페이지에 공사입찰 취소 공고를 내고 시공사 선정 업무를 중단했다. 울산시는 앞으로 시립미술관 정체성과 운영방안 전반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미술대학 교수, 울산과 인근 도시에서 활동하는 작가, 예술문화에 관심 있는 시민 등으로 구성한 전문가 회의를 이른 시일 내 개최하기로 했다. 또 일반시민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시민 토론회를 8월에 열어 종합 운영방안을 재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울산시는 시립미술관 건립 과정에서 이미 일반시민 등이 참여하는 국내외 세미나, 전문가 회의 등 여론 수렴 절차를 거쳤지만 인수위 지적에 따라 또다시 여론 수렴에 나서게 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시립미술관 운영방안 등 소프트웨어 변경뿐만 아니라 기존 설계까지 바꾸는 하드웨어 변화까지 검토될 경우 시립미술관 건립 시기는 상당히 늦춰질 수 있다. 하지만 건립시기가 늦춰지는 것보다 제대로 짓겠다는 의지가 더 큰 가치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시립미술관은 지난 2010년 박맹우 시장의 공약으로 2011년부터 자문위원회를 구성하며 본격화됐다. 하지만 장소선정이나 과정에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뒤섞여 논란이 됐고 문화재 발굴과 보존 문제 등으로 갈등의 골을 키웠다. 울산시는 우여곡절 끝에 2012년 옛 울산초등학교 부지에 건립하기로 했지만, 2015년 이곳에서 조선시대 울산 객사(客舍·외국사신이나 중앙에서 내려오는 관리가 묵는 숙소) 터가 발굴되면서 건립 기간이 다시 연장됐다. 문화재 발굴로 부지를 옮길지 논란이 불거졌고, 2016년 6월에서야 기존 부지가 아닌 인근 중구 북정공원과 중부도서관 부지에 짓기로 하기까지 8년을 끌어왔다.

그런 과정을 거친 미술관이지만 이제 제대로 만들어 보겠다며 공사추진을 일시 중단한 것은 잘한 결정이다. 이번 미술관 사태를 보면서 김기현 시장 취임 직후 불거진 울산시립도서관 사태를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울산시립도서관은 입지선정 때부터 줄곧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이미 개관을 했고 벌써 석달째 운영중이지만 여전히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만은 높다. 개관과 동시에 많은 시민들이 찾아 성공한 도서관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내용을 들여다보면 주차 공간과 편의시설 부족으로 민원 1번지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주차가 문제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입지 조건 때문에 승용차를 갖고 오는 시민들이 많은 탓에 주차 공간 확보가 필수지만 지금으로선 주차시설을 더 확대하긴 힘들고, 장기적으로 인근 재활용업체 부지를 사들여 주차나 필요시설로 사용하는 이중 부담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건축 당시 도서관 전문가들은 울산도서관에 최소 300대 주차면은 돼야 한다는 의견들을 내놓았지만, 도서관 부지 지하가 암반이다 보니 과도한 건축비가 발생해 주차면을 더 확보하지 못했다. 게다가 위치 자체가 도심 외곽에 있다보니 "너무 구석이라 찾아가기 힘들다, 버스를 늘리거나 셔틀이라도 운행해 달라"는 시민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울산시립도서관은 입지 선정 때부터 공해지역 최악의 장소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울산시는 공해 저감대책 등을 발표하며 쾌적한 시립도서관을 목표로 건립을 강행했지만 막상 문을 열고 보니 걱정이 앞서고 있다. 울산시립도서관 인근 공단에 최근 2년간 화학공장이 잇따라 신설되거나 증설되면서 '악취'에 대한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걱정이다.
공단과 직선거리로 2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입지적 한계가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물론 울산시는 악취배출사업장에 대해 데이터 구축 등 저감대책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소리 없는 대기공해는 속수무책이라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울산시립도서관이 들어선 남구지역에는 울산 전체 악취업소 423개소 가운데 가장 많은 200곳이 몰려 있다. 악취는 이 지역의 상습적인 민원이다. 그런데도 울산시는 도서관만을 고려해 공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왜 이 같은 민원을 뻔히 알면서도 울산시립도서관을 여천 위생처리장에 지었는가에 있다. 하필이면 그 많은 부지를 제쳐두고 이곳에 도서관을 지어 120만 울산시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줬는지 밝혀야 한다. 결정을 한 시장과 담당자, 그리고 추진에 관여한 인사들은 숨지말고 당당하게 밖으로 나와 그 당신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 임기 말 서둘러 추진한 단체장과 꼭두각시 거수기 노릇을 한 추진위 인사를 모두 공개하고 무엇 때문에 부끄러운 도서관을 만들었는지 밝혀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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