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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출신의 총수가 지역에 첫 대형사업으로 선택한 것은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터미널 건립과 호텔 사업이었다. 롯데 이야기다. 30년이 다 되가는 이야기지만 당시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고향에 대한 사업에 첫삽을 뜨면서 지역 발전에 헌신할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롯데는 그동안 울산에 여러가지 약속을 했다. 가장 핵심이 되는 강동권 개발과 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개발 등 청사진을 제시하며 장밋빛 미래를 약속했다. 하지만 박근혜 국정농단에 롯데가 연루되면서 모든 것이 흔들렸다. 강동권 개발은 착공과 중단 재개약속과 무대책으로 지루한 시간만 보냈고 KTX울산역세권 개발사업의 선도사업인 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도 3년만에 전면 재검토 상태로 갔다.

복합터미널은 사업자인 롯데울산개발이 경제여건 변화로 현재의 복합쇼핑몰 형태로는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 새로운 수익모델을 개발해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울산시에 밝혔다. 복합터미널과 강동권 개발은 울산의 외곽지역에 대한 미래비전을 담고 있는 대형 프로젝트다. 이 사업에 대해 롯데가 그동안 보여준 태도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더구나 롯데의 경우 현재 시외 고속버스터미널 부지에 대한 개발 방향이 거론되는 시점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이기도 하다. 울산의 경우 터미널 이전은 시급한 현안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시점에서 롯데가 이 부지를 소유하고 있어 외곽지 이전이 확정될 경우 막대한 시세 차익은 물론 대기업 특혜시비까지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롯데가 이 곳에 터미널을 건설할 당시에도 특혜시비는 있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 이미 터미널 부근은 울산의 최대 상권이 형성된 곳으로 터미널이 이전할 경우 용도변경 등을 통해 천문학적인 수익이 발생할 수 있는 곳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그동안 롯데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투자의 속도를 조절해 왔다.

문제는 이 같은 롯데의 태도 변화로 복합환승센터에 맞춰 진행된 KTX역세권 개발사업의 연쇄적인 사업차질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울산시에 따르면 롯데울산개발은 최근 복합환승센터 개발계획을 수정하겠다고 시에 밝혔다. 롯데측은 2015년 6월 울산시에 2,520억원을 들여 울산역앞 7만5,480㎡ 부지(연면적 18만1,969㎡)에 복합환승센터(지하 1층 지상 7층 주차대수 3,135면 규모)와 함께 아웃렛·영화관·쇼핑몰을 짓겠다는 내용의 사업제안서를 제출했다. 롯데울산개발은 3년만에 사업계획을 수정하는 사유로 경기침체와 사업여건 변화 등을 들었다. 현재 사업계획의 핵심인 복합쇼핑몰 형태로는 투자대비 수익성이 낮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복합쇼핑몰사업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반영, 현재 시장여건에 맞는 수익모델을 개발해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울산시는 개발실시계획 승인, 건축허가 등 모든 행정절차를 마치고 착공을 앞둔 시점에서 롯데측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리자 크게 당황하고 있다. 무엇보다 울산시는 롯데의 추진 의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롯데측이 새로운 사업계획을 갖고 있느냐는 점이다. 그동안 롯데측이 울산관련 사업에 보인 태도를 보면 정치적 상황이나 경제적 여건을 자신들의 셈법으로 계산해 왔던 흔적이 뚜렷한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일각에서는 송철호 시장과의 새로운 빅딜을 통해 지역투자를 고려하는 정치적 셈법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결국 이 같은 상황이 현실화 되면 울산 역세권의 각종 개발 사업은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대해 울산시는 롯데울산개발의 사업철회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미 수백억원대의 사업비가 투입된데다 사업 포기시 울산도시공사로부터 매입한 부지(3만7,732㎡)의 반납문제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롯데울산개발이 사업은 분명히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며 "또한 사업변경이 고의적으로 사업을 지연할 목적이 아니길 바란다. 긴밀히 협의해 최대한 빨리 사업이 재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벌써부터 역세권 투자 기피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울산시의 역점 사업인 KTX울산역세권 호텔건립사업이 민간 투자유치에 실패한 것도 그 조짐의 하나다. 울산시가 실시한 역세권 호텔건립사업에 참여한 민간 기업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울산시는 울주군 삼남면 교동리 KTX역세권 내 특화용지에 호텔을 포함한 복합개발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지난 3월부터 6월말까지 민간투자 공모를 했다. 울산시와 울산도시공사는 사업설명회 개최 등 투자기업 유치에 힘을 모았지만 결국 아무도 사업의사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역세권의 투자 활성화는 롯데의 사업 속도와 같이 가야하는 짐이 됐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이익 실현이 어려운 곳에 투자를 외면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시각도 있지만 울산에서는 그 말이 모순이다. 롯데는 30년전 터미널과 호텔 건립을 하면서 엄청난 개발 이익을 봤다. 특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총수가 고향의 발전에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도 보여 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차원에서 롯데는 울산시민들에게 약속한 지역 개발사업에 확실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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