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축제와 고래고기, 이제 논란 끝내야
고래축제와 고래고기, 이제 논란 끝내야
  • 울산신문
  • 승인 2018.07.1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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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의 꿈! 청년의 꿈! 울산의 꿈!'을 주제로 지난 주말 열린 2018 울산고래축제는 궂은 날씨에도 성황리에 마무리 됐다. 전국적인 축제로 거듭나고 있는 울산 고래축제는 매년 5월에 열렸지만, 올해는 지방선거로 인해 두 달가량 미뤄졌다. 축제 기간 '장생포 뮤직 페스티벌' 프로그램에서는 울산대교와 장생포 바다를 배경으로 자이언티, 데이브레이크, 헤이즈, 하하&스컬, 길구봉구 등 인기 가수들의 공연이 펼쳐졌다. 장생포 거리에서는 빛과 다양한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NIGHT LIGHT 거리 퍼레이드'가 열렸다. 축제장에서는 바다를 소재로 한 영화가 매일 상영됐고, 장생포 고래문화마을에서는 곳곳에 숨겨진 임무를 수행하는 숨바꼭질 놀이, 전문 연극인들이 1970년대 분위기를 연출하는 옛 마을 재현 행사가 이어졌다. 수변 전망대와 카페테리아를 합친 휴식 공간인 '장생포차'에서는 시민들이 다양한 먹거리를 즐겼다. 민선 구청장이 되자마자 전국적인 축제의 손님맞이에 나선 김진규 남구청장은 "올해 축제는 아이들에게는 울산 고래의 푸른 꿈을, 어른들에게는 낭만과 향수를 선물하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김 청장은 이번 고래 축제에 앞서 환경단체들과 간담회를 갖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고래고기에 거부반응을 보이고 생태관의 고래를 바다로 보내야 한다는 환경단체들과 마주앉아 그들의 이야기를 마음을 열고 들어보겠다는 의지였다. 이날 간담회에는 그동안 남구의 고래정책에 반기를 들었던 핫핑크돌핀스, 시셰퍼드코리아,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울산녹색당, 동물을 위한 행동 등 환경단체의 대표들이 참석한 자리였다. 이날 면담에서 핫핑크돌핀스 측은 "울산고래축제 개최 시 고래고기 유통과 돌고래 쇼가 지속해서 이뤄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젠 고래와 함께 사는 생태도시를 표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한마디로 '고래고기 없는 울산고래축제'로 집약된다. 이와함께 돌고래 쇼 없는 장생포, 고래가 돌아올 수 있도록 울산 해양생태계 회복 등이다. 김진규 구청장은 이들의 주장에 대해  "많은 부분 공감하며, 시대를 역행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신중히 검토하고 고민하겠다. 함께 고민해 나가자"고 말했다. 반대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해결의 접점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문제는 울산의 대표브랜드로 자리 잡아가는 고래축제에 고래를 배제한 콘텐츠가 가능하냐는 점이다. 환경단체의 주장대로 축제에 고래고기의 향연장이 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고 있다. 특히 불법으로 유통되는 고래고기까지 축제의 한쪽에 널브러져 있는 것은 시민 모두가 공감하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생태관의 고래까지 모조리 반환경적이고 동물학대의 상징인 것처럼 매도하는 일은 곤란하다. 고래없는 고래축제의 콘텐츠 변화는 가능할지도 모른다. 죽은 고래 화석이 된 고래, 그림과 영상, 사진으로 만나는 고래만으로도 훌륭한 축제를 치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축제라면 굳이 울산에서, 그것도 고래특구에서 할 이유가 없다. 포항이든 동해든, 속초나 제주에서도 이런저런 프로그램으로 축제의 장을 펼치면 그 뿐이다.

핵심은 울산이다. 장생포라는 대한민국 포경의 심장이었던 장소성과 반구대암각화로부터 이어지는 7,000년의 역사성이 오롯이 살아 숨쉬는 곳이 울산이기에 고래축제의 의미가 있다. 그런 정체성을 무시한채 감성적 접근법으로만 고래를 바라보면 그 또한 편협한 사고일 수 있다.

환경단체의 주장대로 고래고기의 난장으로 축제가 변질된다면 이는 철저히 문제 삼는 것이 맞다. 이왕에 말이 나왔으니 고래고기 이야기를 해보자. 고래고기가 축제의 주메뉴가 됐던 초창기 고래축제는 봉계한우축제는와 동격이었다. 벌건 육질에 촘촘히 박힌 지방질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 군침 도는 봉계한우를 그냥 막 잡아먹기 전, 노래자랑과 민속놀이를 곁들이는 행사는 인간이 가진 최소한의 양심쯤이라 치자. 혼획의 이름으로 합법적으로 유통되는 고래고기를 혀끝을 즐기는 시식회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코미디였다. 그 뿐인가. 고래를 사랑하고 고래를 보호한다는 대한민국 시인묵객들이 장생포 바다위에 시를 띄우고 고래사랑을 노래 할 때 한쪽에서는 고래육회를 혀로 녹이고 쫀득한 육질을 이빨로 질건 씹어 또 다른 고래사랑을 덧칠하는 현장은 그야말로 세계적인 토픽감이었다. 하지만 그런 따위의 삼류 콘텐츠는 휴지통에 들어갔다. 주장과 반대도 좋지만 이해와 양보도 중요한 덕목이다. 자신의 생각만이 지구와 생태계를 지고지순한 방향으로 끌고 간다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수족관의 고래를 보고 불쌍하다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 눈망울을 마주하며 꿈을 키우는 아이들도 있다. 무작정 바다로 보내는 일은 또 다른 살육이라는 주장엔 어떤 반박을 할 것인가. 이제 반대하는 단체들도 논의의 장으로 나온 상황이라면 논란을 끝내야 한다. 너와 나의 주장을 펼쳐놓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고래와 함께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맞춰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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