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외솔'을 관람하며
뮤지컬 '외솔'을 관람하며
  • 울산신문
  • 승인 2018.07.1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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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균 울산 기독문화연대 회장

"말은 얼을 나타내고 글은 말을 나타낸다. 그러한 즉 얼·말·글은 셋이면서도 하나다. 배달 겨레의 얼이 가는 곳에 말과 글이 가고 말과 글이 가는 곳에 또한 얼이 간다." 울산 출신으로 울산과 한국이 자랑스럽게 낳은 우리말 한글 사전을 완성하고 편찬한 외솔 최현배 선생의 말이다.

초등학교 다닐 때 국어를 배우며 순우리말의 뜻풀이가 신기해서 선생님께 여러번 질문하기도 했었다. 예를 들면 "선생님! 얼굴도 순우리말인데 어떻게 얼굴이 됐나요?" 하고 질문하면 국어 선생님은 자상히도 대답해 주셨다. "응, 그건 얼굴은 얼(정신), 꼴(모양)로 얼꼴이 얼골로 연철돼 지금의 얼굴이 된거야. 그래서 얼굴은 자신의 정신이나 생각을 나타내는 모양새란다."

이쯤되면 우리는 작은 교실 안에서 탄성을 지르곤 했다. "아~, 선생님 참 신기해요! 우리는 얼굴 뜻을 몰랐는데 어떻게 얼굴의 순우리 옛말이 얼꼴로 시작됐나요?" 하면 조선말 큰사전을 편찬하신 외솔 최현배 선생의 업적 덕분이라며 한글 학자이신 최현배 선생을 꼭 어필하셨다.

언어 학자 사피어는 '언어가 사고를 규정한다'고 했다. 그렇듯 언어는 그의 뜻과 생각의 모양을 나타내는 잣대이며 표현의 완성이다. 그래서 우리말의 소중함을 나이들어 언어를 살아있는 대사로 전달하는 필자의 연극 배우로 살아온 지난 세월 동안 다시 깨닫는다.

요즘은 예전 시대와 달리 말과 글이 너무 짧아진 세태다. SNS 시대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청소년들은 독서보다는 스마트폰 속 대화글에 더 익숙해져 표현 글들이 짧다. '무슨 뜻이니?'라는 말을 '빦미?'라고 할 만큼 짧고 또 댓글다는 속도도 빠르다. 말줄임표의 뜻을 모르면 왕따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이 대화 풍습이 과연 옳을까?

우리말 한글은 모음이 열자, 자음 열넉자이며 받침이 27종이다. 모음 자음을 합치면 하나의 글자가 된다. 말과 글에는 그 의미가 나타내려는 고유한 성격이 있다. 그 고유한 느낌들을 제대로 표현하기위한 각자의 노력들과 정서가 있다. 그 고유한 자신만의 느낌들을 언어로 표현할 때 그 정신이 깃든 언어들은 비로소 생명력을 얻는다. 그것이 살아있는 언어이며 말이 된다. 그런데 지금 우리 현실은 어떠한가?

순언어가 역언어화되는 시대다. 언어 표현보단 언어를 표기로 줄이며 긴 글은 읽기도 귀찮아 한다. 서점이나 헌 책방을 찾아 책 사 읽기를 즐겨하고 독서량을 자랑삼았던 시절은 이제 옛추억이 됐다. 문 닫는 서점들이 하루에도 수두룩하다. 인터넷 구매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왜인지 옛 추억을 잃어가는 것 같아 씁쓸하다.

세종대왕의 '훈민정음'은 1997년에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으로 지정됐다. 글자 하나 하나가 소리를 표현하는 것에 편리함과 소통의 매개체가 되는 탁월한 우수성을 세계가 인정한 것이다. 컴퓨터 자판의 구성도 한글만큼 편리한 것이 없다. 이 한글의 탁월한 우수성을 뮤지컬 연극으로 만든다는 것은 여간 힘든 작업이 아니다. 하지만 이 창작업을 울산광역시와 외솔 뮤지컬 컴퍼니가 해냈다.

빈민, 천민, 지식인, 비지식인의 구분을 없애기 위한 취지로 세종대왕이 만들고 외솔이 완성한 한글의 우수성을 무대 위에서 형상화 했다는 것은 한국 연극사에 길이 남을 업적이며 큰 성과다. 1막에서 광복의 함성 후 2막에서 다시 일제시대가 출현되는 것은 서사적 극구성에 혼돈을 주는 것이기에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외솔 뮤지컬은 일제시대와 6·25 전쟁사와 현대에 이르는 대서사시를 짜임새있는 극 구성과 탄력있고 출중한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진정성있게 그려준 것에 응원을 보낸다.

울산 대표 문화 공연 브랜드로 전국을 비롯해 전세계로 나아가 울산과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는 컨텐츠로 자리매김되길 간절히 응원한다. 또한 후세들 위한 선구적인 역할은 자신의 청춘과 전인생을 걸며 희생해야만 비로소 이룰 수 있는 업적임을 한글 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을 통해 다시 깨닫게 해준 외솔 뮤지컬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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