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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혁파와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부동산을 바라보는 가치도 변화가 필요하게 됐다. 바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GB)에 대한 시각이다. 도심 속에 그린벨트가 상존해 있는 울산의 경우 그린벨트가 지역의 새로운 개발 가능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테크노산단과 혁신도시, 다운 2지구 등이 그 좋은 예다. 개발과 보존이라는 첨예한 이해가 상충하던 GB는 이제 새로운 공간과 입지로 확고하게 자리잡아 가고 있다. 물론 무조건적 개발이나 훼손은 절대로 안된다. 도시공간의 입체화와 효율적인 도시개발을 위해 최적의 선택지라는 조건이 전제돼야 그 개발의 가치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발제한구역의 역사를 살펴보자. 그린벨트는 1971부터 1977년 사이 총 8차례에  걸쳐, 7개 대도시권과 7개 중소도시권 등 총 14개 도시권역에 지정됐다. 당시 지정된 총면적은 5.397.1㎢로 국토의 약 5.4%에 해당됐다.

그린벨트 제도의 분기점은 1998년 12월 24일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다. 헌재 그린벨트를 규정한 (구)도시계획법 제21조의 위헌 여부에 관한 헌법소원에 대해 '개발제한구역 제도 그 자체는 원칙적으로 합헌 규정이지만, 다만 계발제한구역 지정으로 말미암아 일부 토지 소유자에게 사회적 제약의 범위를 넘는 가혹한 부담이 발생하는 예외적인 경우에 대하여 보상규정을 두지 않고 이를 감수하도록 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어 당해 토지소유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 된다'고 판결했다. 그에 따라 후속조치로 7개 중소도시권 그린벨트는 전면 해제되고, 7개 대도시권 그린벨트도 부분 해제됐다.

그린벨트는 헌법불합치 결정 이전에는 '불가침의 성역'으로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고 도시민의 건전한 생활환경을 확보하는 기능을 수행했다면,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공익성이 큰 개발사업에 대한 '도시 주변의 저평가된 개발용지' 공급처로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2015년 4월 1일 '국토교통부령 제192호'로 제정된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필두로 도심과 인접한 개발제한구역이 한층 탄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개발이 한창인 울산 테크노산업단지는 GB 개발의 좋은 예이다. 테크노산단은 그동안 지역의 열악한 R&D 환경개선과 기존 편중된 제조업 중심의 산업단지 모델을 탈피해 울산 주력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 지원과 중기 연구역량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 핵심으로 자리 매김할 것으로 보이며 도시 중심부와 대공원이 인접에 있어 최고의 주거지 형성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청량IC와 가까운 율리 신청사, 보상이 시작된 다운 2지구, 우정 혁신도시 등이 그러한 바탕 위에 추진된 것이며 이런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GB에 대한 앞으로의 개발 방향이다. 울산과 같이 도심 속에 그린벨트가 공존하는 지역은 더욱 이같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개발제한구역의 활용 문제는 여러 가지 제약이 있다. 환경평가 결과 보존가치가 낮게 나타나는 곳으로서 도시용지의 적절한 공급을 위해 필요한 지역이거나 주민이 집단 거주하는 취락으로서 주거환경 개선 및 정비가 필요한 지역, 도시의 균형 성장을 위해 기반시설의 설치 및 시가화 면적의 조정 등 토지이용의 합리화를 위해 필요한 지역, 소규모 단절토지(철도·하천개수로 등으로 단절된 토지) 등은 도심 속 GB일지라도 개발 가능하도록 하는 추세다. 특히나 광역시의 경우 시·군이 통합돼 하나의 도시로 이루어진 경우 시의 규모가 급격히 늘어나는 문제가 발생해 조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울산의 경우 울산시와 울주군이 통합돼 하나의 도시가 된지 벌써 21년째로, 도심 중심부가 시 면적의 ⅓이 그린벨트로 지정돼 있다. 이런 상태로는 도시의 균형발전 뿐 아니라 기존 개발지의 지가 상승으로 인해 개발 자체가 힘들 수 있다. 때문에 이제는 도심과 인접한 지역은 개발제한구역 해제로 더 큰 발전을 꾀할 수 있도록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규제개혁이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는 시대정신에 맞춰 개발제한구역에 대한 보다 입체적인 검토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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