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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울산은 매력 없는 도시가 돼버렸다. 기업하기도, 사업하기도, 장사하기도 힘든 도시가 돼버렸다. 이는 곧바로 인구감소로 이어지고 출산율 감소로 드러나고 있다. 사람이 모이지 않는 도시, 젊은 층이 떠나는 도시는 미래가 없다. 그 대표적인 현장을 울산 동구로 이야기 하지만 실상은 중구 혁신도시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울산 혁신도시는 이미 조성된지 5년이 넘어선 울산의 새로운 미래였다. 하지만 지금 울산 혁신도시는 밤이면 어둠이 짙게 내려앉고 낮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사라진 유령도시로 변해가고 있다. 심각한 상황이다.

울산 중구 우정혁신도시의 상권이 바닥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침체에다 투자 활성화의 동력을 잃은 혁신도시는 수년간 침체상태에 머물면서 상인들과 건물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0개 공공기관의 이주가 마무리되고 아파트 입주도 활발하게 진행됐지만, 경기 침체 등으로 상권이 자리를 잡지 못하면서 당초 혁신도시에서 부푼 꿈을 안고 장사를 시작한 상인들이 손해만 입은 채 울산을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혁신도시에서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짧게는 몇 달, 길게는 1~2년, 심지어는 건물이 세워지고 단 한 차례도 임대가 이뤄지지 않은 상가들도 있다"며 "건물주들도 혁신도에서 나름의 계획을 갖고 건물을 세웠을 텐데, 이렇게 미분양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고민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태는 특히 혁신도시의 변방이라 불리는 서동과 약사동에서 그 정도가 더 심각한 상황이다. KCC스위첸 아파트 맞은편으로 늘어선 상가 건물 중에는 '상가 임대·분양'이 쓰인 안내 표지판이 걸리지 않은 곳이 없다. 접근성이 좋은 1층 상가도 대부분이 공실로 방치돼 있으며, 그나마 임대가 이뤄진 상가 중에서도 '점포정리' 안내문을 붙여놓은 채 폐업한 곳도 있다.

신세계백화점 건립이 검토되면서 울산의 새로운 번화가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됐던 우정동도 상황이 안좋긴 마찬가지다. 현재 신세계 부지 인근에 세워진 건물들에서도 주인 없이 방치되고 있는 상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처음엔 '백화점 옆 상가거리'라는 이점만으로도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백화점 건립이 계속 미뤄지고 상가들도 분양이 안되면서 상권이 활성화 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계속 장사를 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고 토로했다.

대책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지방정부 차원의 대책을 넘어 정부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중구청이 혁신도시 활성화를 위한 계획 수립에 나선 것이 고작이다. 박태완 청장이 출범한 직후 중구에 적합한 혁신도시의 새로운 신규사업을 발굴하고, 혁신도시 발전계획에 반영할 중점 추진사업에 대한 부서별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 '혁신도시지원 TF팀'을 꾸렸지만 지방의 기초단체로서는 한계가 있다.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노력을 보이는 정도가 고작이다. 이대로는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높다. 당장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문제는 혁신도시만이 아니다. 울산 동구의 사정은 더 막막하다. 동구의 유일한 대형유통시설이 매각절차에 들어간 것도 최악의 상황을 반영한 결과다. 곧 있을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의 폐쇄는 암담한 상황에 기름을 붓는 꼴이다.

동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고용동향'을 보면 울산의 5월 실업자수는 2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2만1,000명)보다 7,000명(35.2%)나 급증했다. 지난 3월부터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한 울산의 전년대비 월별 실업자수는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월에는 2,700명이 일자리를 잃어 실업자수가 전년대비 4,000명이 증가했고, 4월에는 1만5,000명 늘어난 3만6,000명의 실업자가 발생하며 정점을 찍기도 했다. 이 기간 동안 환란위기 수준으로 돌아간 울산의 실업률은 3개월 간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앞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이에 따른 후유증으로 1999년 울산에서는 6월 3만명, 7월 3만2,000명, 8월 2만8,000명 등의 실업자가 발생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매달 울산의 인구는 1,000명씩 줄어들고 있다. 위기다. 문제는 울산의 경우 출산율 감소도 걱정이지만 나이를 불문하고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도 갈수록 늘고 있으니 걱정이다. 실제 경제활동이 왕성하지 않은 10대, 70세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인구 순유출이 발생했다.
인구 감소는 울산의 주력산업 부진으로 고용이 불안해지자 상대적으로 경기가 좋은 다른 지역으로 일자리를 구하러 이동하는 경향이 반영된 결과다. 새로운 전환점을 찾지 않으면 울산의 화려한 영광은 완전히 과거가 된다.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위기의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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