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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되는 우리나라에서 노인문제 중 가장 이슈가 되는 것이 바로 '노인 학대'다. 최근 가족에 의한 치매 돌봄 살인이 연이어 발생하는 가운데,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함량 미달 요양원에서의 학대도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실제로 2017년 4월 서울 한 단독주택에서 70대 노인이 치매에 걸린 아내를 살해했고, 중증치매에 걸린 70대 노모를 수년간 모시다 2016년 베개로 눌러 살해하고 암매장했던 50대 아들이 이듬해 자수한 사건, 그리고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 멤버의 아버지가 치매에 걸린 부모를 돌보다 부모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보도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2013년 대구의 한 노인요양원에서는 80대 치매노인이 폭행을 당해 팔이 찢어지고 온 몸에 멍이 드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있었으며, 2014년 한 요양원에선 요양보호사가 70대 치매 노인을 때려 요양원이 6개월간 업무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 울산의 한 노인요양원에서도 80대 치매 노인이 직원들에 의해 침대에 묶인 채 13시간 동안 방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보건복지부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한해 전국 29개 지역노인보호전문기관에 들어온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1만 2,009건으로, 2015년에 비해 12.1% 증가했으며 학대행위자가 자녀·배우자를 포함한 친족인 경우가 75.5%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국제알츠하이머병협회(ADI)에서는 세계적으로 약 5,000만 명에 해당하는 치매 환자가 2050년까지 1억 3,2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치매 환자는 3초에 1명씩 발생하나 대부분의 환자는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치매에 대한 정부의 공식정책으로 2017년 9월 18일 '치매 국가책임제 추진계획'을 발표해 국가치매연구 개발위원회를 발족하고 치매문제 극복을 위한 국가치매연구개발 10개년 투자계획 수립과 국가책임을 위한 치매관리 근본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올 1월부터 시행된 치매 국가책임제에는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였던 경증 치매 노인에 대한 '인지지원등급' 신설로 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게 설계했다. 이는 치매 노인이면서도 그동안 급여 대상에서 배제됐던 등급 외(장기요양인정점수 45점 미만) 노인에게 복지 혜택을 확대한 것이다.

인지지원등급의 구체적 혜택은 크게 3가지로 △주·야간보호 △치매가족 휴가제도 △복지용구 이용이다. 치매 노인이 주·야간보호기관이 아닌 노인복지관을 이용할 경우 시범사업으로 특례요양비를 활용해 본인부담금 없이 인지지원서비스를 무료 이용할 수 있고, 치매노인 가족의 실질적 휴식 보장을 위해 연간 6일간 단기보호를 월 한도액과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실종 예방을 위한 배회감지기 등 일상생활과 신체활동 지원 및 인지기능 유지 향상에 필요한 복지용구를 구입 또는 대여받을 수 있다.

인지지원등급을 받은 노인은 인지활동형 주·야간보호 서비스나 노인복지관 인지지원서비스를 통해 노인에게 남아있는 인지기능과 잔존능력을 최대한 유지해 살아 왔던 지역사회 안에서 자립해 가능한 한 오래 살 수(Aging in Place)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증 치매 환자의 경우, 치매 발병 기간을 5년 늦추면 유병율이 1/2로 줄어들 확률이 높아지며, 경증 치매는 사회생활이나 직업상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해 적절한 관리로 나아질 수 있다.

조기 치매 환자에게 적절한 중재가 제공되지 않으면 치매 유병률이 증가하고 치매정도가 더 빠르게 중증화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늘어나는 치매환자의 의료비와 치매환자를 간병해야 하는 사회적 부담도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인지지원등급은 이미 중증 치매로 전환된 노인에 대한 국가적 책임도 중요하지만 치매 발생을 낮추는 적절한 급여제공 및 예방과 홍보사업을 통해 치매 유병률을 감소시켜 사회구성원 전체가 참여하는 포괄적인 치매 예방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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