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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성향의 교육수장이 줄곧 자리를 지킨 울산 교육이 대 전환점을 맞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진보 교육감이 탄생하면서 울산 교육계가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노옥희 울산교육감은 취임 첫 행보부터 기존의 관행을 타파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가장 기본적인 학교현장에서부터 교육청의 행정과 방향성 등의 대변화가 감지되는 중이다. 노옥희 교육감의 공약의 큰 기조는 '한 아이도 소외되지 않는 교육'이다. 이에 따라 무엇보다 일선 학교에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가피하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교육과정이다. 노 교유감은 성적순으로 줄 세우는 교육이 아닌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 등을 높이는 교육혁신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그 첫 시험대가 야간자율학습 폐지다. 노 교육감은 후보시절 학교 교육과정 이외의 강제학습 폐지를 공약했다. 교육과정 외 활동에 대한 학생들의 학습선택권의 실질적 보장으로 학생들의 충분한 수면권을 확보하는 동시에 건강 증진과 함께 가정의 교육적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취임 이후 울산시 학생의 정규교육과정 이외의 학습선택권 보장에 관한 조례를 제정에 나선 것도 그 실천의 하나다. 그동안 강제적이고 획일적인 방과후학교와 야간자율학습이 원하는 학생들만 참여하는 쪽으로 바뀌게 된다. 민원 발생학교에 대한 현장 점검과 시정권고 조치를 통해 학생들의 학습선택권을 보장할 것으로 보인다.

성적 만능주의로 통하던 교육현장이 일대 혁명을 맞아 입시에서 벗어나 공교육 울타리 안에서 학생의 창의성을 높이는 쪽으로 변화하게 된다. 이와함께 혁신학교 정책에도 강한 드라이브가 걸리게 됐다. 노 교육감은 올해부터 울산에 도입된 지역형 혁신학교, '서로나눔학교'를 대폭 늘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노 교육감은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질 높은 무상급식 실시 △학부모 공교육비 부담금 제로화 △교육안전지원조례 제정 △자기주도형 학습환경 조성 △학교생활 복지편의시설 확충 △울산교육회의 구성, 소통강화 등을 자신의 교육정책 공약으로 내걸고 실천에 나서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와 실무 채널 확보가 급선무다. 새로운 울산 교육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감의 교육철학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교육계 내부의 해묵은 갈등의 해소도 시급한 과제다. 학생, 학부모, 교직원, 지역사회 등 교육공동체와 더불어 교육목표를 달성하려는 실천력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울산시민들은 울산교육의 수장으로 진보성향의 노옥 교육감을 선택한 의미를 노 교육감은 제대로 읽어야 한다. 보수성향의 교육감 당선이 당연시되는 울산에서 노 당선자가 새로운 역사를 쓴 것은 그만큼 책임이 무겁다는 의미다. 울산시장을 비롯한 단체장 선거에서도 드러났듯 보수 정치인에 대한 반감이 울산시교육감 선거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선거 기간 중 울산에서 29차례, 서울에서 공동으로 2번 등 총 31번의 공약발표를 진행하면서 준비된 교육감으로서의 면모 부각도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는데 한몫한 것으로 분석됐다. 노 교육감은 취임직후 "진보교육감이 당선되면 급격한 정책변화로 인해 교육계에 혼란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줄 안다. 하지만 불안해하지 않아도 좋다는 말씀드리고 싶다"며 "모든 정책에는 이해당사자가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충분한 소통없이 진행하면 제대로 시행될 수 없다. 교육감 혼자의 힘으로는 울산 교육을 변화시킬 수 없다. 정책 시행에 앞서 소통을 우선하겠다"고 말했다. 바로 소통이다. 소통의 교육감이 되겠다는 노 교육감의 생각은 울산 교육의 미래를 밝게 한다. 교육감의 정책이 아이들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사실은 좀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누가 교육감이 되느냐에 따라 울산교육이 달라지는 것은 분명하다.

교육감은 지역의 교육정책과 교육예산을 결정, 집행하고 인사권을 가진다. 지역의 학예를 관장하고 교육·문화적 풍토를 진작하는 중요한 위치다. 이러한 교육감의 역할을 고려하면 무엇보다 소통의 교육감이 되겠다는 노 교육감의 각오가 반갑다. 문제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무상교육에 대한 공약의 실천이다. 노 교육감은 중학교 무상급식을 도입한 울산에서 무상교육을 정책으로 자리매김 시키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빠르면 당장 2학기를 목표로 무상급식이 추진된다. 현재 울산은 초·중등의 경우 전면 무상급식을 도입했지만 고등학교는 선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 필요한 비용은 고등학교 100억원, 공·사립 유치원 45억원(이상 교육청과 지자체가 50%씩 부담) 등 145억 원이다.

무엇보다 지자체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물론 지난 지방선거에서 대부분의 후보들이 무상급식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어서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노 교육감은 "시교육청의 복지예산을 10% 정도 증액하고, 낭비성 예산, 절감, 교육부와 교육청의 중복예산 조정 등을 통해 예산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서 울산시와 5개 구군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울산교육의 혁신을 위해서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교육에 대한 투자는 미래를 위한 준비다. 송철호 시장과 5개 구군 단체장들이 노 교육감과 힘을 함께 해서 울산교육의 변화를 주도해 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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