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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사회복지법인 이사장 비리'와 관련해 경찰 수사 과정에서 결정적 증거가 될 녹취록이 누락되는 등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사장 A씨가 법인 간부들을 소집한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돈을 요구하는 협박 녹취록이 정작 경찰 수사에서는 증거물로 채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경찰은 '제보자가 신분노출을 꺼려 녹취록 제공을 거부했다'고 해명했지만, '경찰이 애초부터 녹취록을 무시하고 요구하지 않았다'는 제보자 측의 주장이 대립하면서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 울산의 한 사회복지법인 이사장 A씨가 횡령 및 사기 혐의 등으로 울산지검에 기소의견 송치됐다. A씨는 법인을 운영하면서 행사를 진행하고 남은 잔금 등을 횡령하고, 남구시니어클럽 위탁사업을 맡아 시설장에 자신의 이름만 올려놓고 근무는 하지 않는 식으로 허위로 월급을 받아 총 1,100만원 상당을 부당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는 최초 A씨가 경찰 조사를 받았던 공갈협박 혐의 부분이다. A씨는 지난해 10월 직원들에게 미얀마에 종교시설을 건립해야 한다는 이유로 기관장에겐 700~1,000만원, 간부 500만원, 평사원은 200만원을 요구하며 협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울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법인 사무국을 압수수색하고 전·현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상납여부를 조사했으나, 증거 부족으로 공갈협박 혐의는 입증되지 못한 채 검찰에 불기소의견 송치했다. 당시 경찰은 직원들이 협박 사실을 부인하는 진술을 했고, 증거가 부족해 혐의 입증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A씨의 공갈협박 녹취록이 공공연히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본보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A씨로 추정되는 사람은 "미얀마 불사를 짓기 위해 전 직원들이 숙제를 해야한다. 이것은 협박이다. 중간 간부들은 직원들에게 200만원씩 돈을 받을 수 있겠는가. 노력이 아니라 해야 하는 일이다. 간부들은 1,000만원씩 내 놓아라. 이건 강제다. 돈을 내놓지 못한다고 하는 직원에겐 그럼 사표를 쓰라고 했다. 그만두는 것 보다 돈을 내는 게 낫지 않느냐"고 발언했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 사건 제보자 B씨는 이 녹취록을 경찰에 들려주고, A씨의 협박 사실을 확인해줬지만 경찰 측은 이를 확보하지 않고 증거물로 채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 B씨는 "당시 경찰에 들려줬을 때는 녹취 내용이 증거로 충분히 쓰일 줄 알았다"며 "하지만 경찰이 이 녹취록을 직접 요구하지 않았고, 증거물 채택 방식을 몰랐었기 때문에 나서서 제공할 생각을 못했다. 녹취록이 수사에 쓰이지 않은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또 경찰 수사가 본격화 되면서 A씨는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가는 직원들에게 "경찰 조사에서 사실을 말한다면 죽여버리겠다"는 협박도 일삼았다는 것이 B씨의 주장이다. 

이 탓에 직원들이 경찰 조사에선 협박 사실을 부인했고, 녹취록이 유일한 증거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B씨의 주장을 경찰은 정면으로 반박했다. 

경찰 측은 "담당 수사관이 조사 과정에서 B씨로부터 녹취 내용을 들었고, 경찰은 증거물로 쓰일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녹취록을 요구했지만 본인의 신변이 노출될 우려가 있다며 녹취록 제공을 거부했다"며 "이후 녹취록 제공을 재차 강요하지 않았을 뿐, 지금이라도 녹취록을 제공한다면 경찰이 직접 검찰에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언론사에 녹취록을 제공할 생각을 했는데, 경찰에 증거물로 낼 생각을 못했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며 "이제 와서 B씨가 왜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런 식이라면 B씨에게 법적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홍래기자 usj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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