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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남구 달동 월드메르디앙 아파트 인근 삼산로 125번길. 기온이 35도까지 오른 이날도 폐지를 줍는 노인 두 명을 만날 수 있었다.
현대차가 지원해 준 '드림 리어카'로 폐지를 나르는 김경자(71) 할머니는 "이 더위에 괜찮으시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답도 힘든지 "괜찮아"란 말만 반복했다. 김씨를 따라 걷는 길에 자전거에 폐지묶음을 실은 한 노인이 또 지나갔다.

8일째 울산에도 폭염경보가 발효돼 찜통더위가 이어지지만 노인들은 생계가 막막해 거리로 나오고 있다. 김 씨는 "자식도 저 살기 힘들고, 남편도 먼저 보냈다. 더워서 머리가 빙빙 돌때도 있지만, 몇 천원이라도 벌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무더위에 한밤까지 폐지를 줍는 노인들의 모습도 목격되고 있다. 리어카를 끌고 무단횡단을 하거나 도로변을 지나다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되기도 일쑤다.
지난해 8월에도 울산에선 폐지를 줍던 한 노인(70)이 온열질환 증세를 보이다 쓰러져 병원에 옮겨졌다.

그러나 이들은 시와 각 구군의 폭염취약계층 대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매나 중증이상 질환을 가진 요보호 대상자 등 우선대상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와 시구군은 18억 3,200여 만원를 들여 방문건강관리사를 재난도우미겸 독거노인과 거동이 불편한 노인 등의 집에 배치하고 있다. 상시방문과 함께 폭염기간에는 주당 전화 1번, 방문 1번 꼴로 이들에 방문해 건강상황을 살피고 있다. 대상인구는 만65세 노인 중 3,447명이다. 구군별로 남구 1,051명(남구집계 1,080), 중구 889명, 동구 451명, 북구 425명, 울주군 931명이 대상이다.
시 관계자는 "예산상 독거노인 전체에 사업을 확대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외엔 별다른 대책도 없다.
시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요청으로 동주민센터에서 대략적으로 파악한 결과 지난해 기준 울산에는 640여명의 폐지줍는 노인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제대로 조사는 이뤄지진 못했다. 용역기관에 의뢰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책에 대해선 "기초생활수급계층 비율이 높았으나 모두 형편이 어렵진 않았다. 무더위쉼터를 잘 알려서 이용하도록 하는 게 가능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남구 관계자는 "제대로 된 실태파악을 통해 냉방조끼나 쿨 토시 등 어르신 입장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 것보단 시구군 차원에서 정말 필요한 이들에게 현실적인 대책마련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주영기자 us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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