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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6개월간 하락 곡선을 그려온 울산의 아파트 입주율이 가까스로 40%대를 턱걸이하면서 '빈집 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입주 시점까지 기존 주택을 팔지 못하거나 세입자도 찾지 못한 비율이 절반을 훌쩍 웃돌고 있는 것이다. 이미 전국에서 가장 낮은 입주율을 기록한 울산은 올 하반기부터 내년 초까지 전지역에서 시작되는 공룡급 단지의 주인맞이 본격화로 인해 사상 최악의 입주전쟁을 견뎌내야할 처지에 놓였다.

# 지역 입주경기지수 6개월간 급락세
주택산업연구원이 집계한 '6월 입주경기실사지수(HOSI) 실적치'에 따르면 울산은 올들어 6개월 간 HOSI가 하락했다. 지난달 HOSI는 40.9로 40%대로 처음 떨어진 5월(44.4)보다 3.5p 추가 하락했고, 올 1월(67.9) 대비 무려 27p나 떨어졌다.

HOSI는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입주를 앞두고 있거나, 입주 중에 있는 단지의 입주 여건을 종합적으로 질문, 이를 1~200의 값으로 나타내는 심리지수이다. 6월 HOSI 실적치가 40%대를 가까스로 넘긴 것은 주택사업자 대다수가 "울산 분양계약자의 입주여건이 5월보다 6월에 더 나빠졌다"고 응답했음을 의미한다.

6월에 입주한 아파트는 신정미소드리움(남구·62가구), 신천동 효성해링턴 플레이스(북구·914가구) 등이다. 울산 경기는 전국에서 가장 저조한 수준으로, 조선·자동차 등 주력산업 침체와 인구 감소 등이 지속되면서 거래가 급감하고 있는 탓이다.

전국적으로도 공급 과잉과 정부의 부동산 정책 등으로 인해 입주율이 꺾이고 있다. 전국 평균은 전월(60.1) 대비 3.8p 빠진 56.3으로 조사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6월 HOSI 실적은 지난달에 이어 서울(82.0)이 유일하게 80선을 기록했다. 세종(76.9)과 대구(70.9), 부산(60.0)이 60~70선을 유지했고, 그 외 지역은 40~50선에 머물렀다.

# 불경기·공급과잉 겹쳐 수천만원씩 폭락
울산에서 주택을 분양받은 계약자들은 대다수 기존 집을 팔지 못해 이사를 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또 세입자를 구하는 것도 어렵다보니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두채 이상을 보유한 채 나머지 한집 이상을 비워둔 상태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조선업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동구의 경우 일부를 제외하고 기존아파트의 매물 가격이 전용면적 85㎡를 기준으로 평균 7,000~8,000만 원이 내려갔다.

신축 아파트 건설이 몰리고 있는 북구도 처지가 다르지 않다. 지은지 7년 된 호계 월드메르디앙의 경우 같은 평형대 가격이 2~3년 전보다 최고 1억 가까이 빠진 매물도 있다.

4년 전 입주한 이후 최고 1억 원까지 프리미엄이 붙으며 지역 주택시장 최고 이슈로 입소문을 탔던 중구 혁신도시도 올랐던 가격에서 평균 4,000~5,000만 원씩 주저 앉았다. 근린상가를 끼고 있어 입지 프리미엄을 누려왔던 유곡 동원로얄듀크 2차의 경우 일부 매물이 4억 9,000만 원까지 거래됐다가 최근 3억 5,000만 원대로 곤두박질쳤다.

인근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시세라는 것이 없다. 급매로 내놓아도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매수자를 잡는 것 자체가 어렵다"며 "기존 아파트가 팔리지 않고 전세조차 나가지 않다보니,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아놓고 입주연체료를 내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지역 주택의 몸값이 급락하고 있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1,000세대 안팎에 달하는 대단지들과 7,000세대에 육박하는 북구 송정지구가 올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줄줄이 입주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다음달께 호수공원대명루첸(남구·817가구)을 시작으로 하반기 대현더샵(남구·1,180가구)이 분양을 이어가고, 연말께는 송정지구가 열린다. 물량은 내년 4월께 입주 예정인 강동 KCC스위첸(북구·582가구)까지 집중공급된다. 이들 아파트는 분양초 적게는 1,000~2,000만 원까지, 많게는 1억 원까지 웃돈을 받고 거래되던 곳이지만 현재는 분양가 수준으로 내려왔거나 수천만 원의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상태다.

# 신규 아파트도 급매물 쏟아져
게다가 몸집이 커서 입주가 시작되면 공급과다가 심화되면서 울산 주택시장 전반의 하방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규 아파트로 갈아타기 위해 매물을 내놓는 곳과 매매가 되지 않아 보유세를 물게된 일부 신규 아파트 소유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마이너스 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 4월 입주를 시작한 울주군 망양e편한세상은 여전히 상당수 가구들이 주인을 찾지 못한 채 급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주택사업자들도 입주경기 회복을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7월 HOSI는 45로 여전히 40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7월에는 신정지웰(남구·200가구), KTX우성스마트시티뷰(울주군·444가구)가 입주를 시작했다. 울산 올해 입주아파트는 총 올해 8,500가구에 달한다. 내년에는 7,700가구가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이미 지난해 9,800가구에 달하는 입주 폭탄을 맞은 울산은 2년간 1만 6,000가구가 넘는 입주물량이 추가로 소화해야하는 처지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울산지회 소유진 부지부장은 "기존 주택이 안팔리니 잔금을 치르지 못해 이사를 못하거나, 잔금을 치른 경우에도 매매나 임대가 되지 않아 입주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올 하반기부터 내년 초까지 대단지 물량이 쏠려 있고, 이들이 해소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내년 연말까지는 입주 여건이 계속 나빠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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