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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모내기를 했던 들녘의 벼가 어느새 어른의 허리춤을 넘게 자라고 있다. 짙은 녹색의 물결이 곧 황금색 들녘으로 바뀔 날이 머지않았다.
참으로 세월은 화살과 같다. 세상을 바꾸는 아이콘이 되기를 희망했던 6.13 지방선거도 과거 이야기가 됐다. 이 모든 것이 순간순간 지나가는 시대다.

울산신문이 어느새 창간 12돌을 맞았다. 그간 올곧은 신문으로 그 역할을 다했던 창간초기가 떠올랐다. 추억을 들추듯 당시를 떠올려보았다. 최소한 12년 젊은 날의 나로 돌아가게 된다는 점도 그 중 매력의 하나이기는 했지만 문득 울산신문의 그때와 지금은 뭐가 더 달라졌을까 하는 궁금증이 다른 생각들을 모두 앞질렀다.

울산신문은 창간호부터 정론직필 정신이 강했다. 이는 시민들의 알권리 차원에서, 또는 울산시의 정책집행과정에서 발행할 수 있는 오류를 사전 점검, 실수할 수 있는 오류한계를 최소화하면서 시민들과 독자들의 알권리 충족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이다.
이는 언론의 본질적 기능을 탈 없이 수행했다고 할 수 있다.

또 언론의 중요기능 중 하나인 환경감시기능의 정상 가동은 울산신문이 타 언론사와 비교될 수 없을 만큼 강했다. 독자들은 울산신문을 읽는 재미와 함께 모처럼 카타르시스를 느꼈다는 반응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하는 의문이 든다. 결론부터 밝히면 창간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유는 창간 초기만큼, 혼탁한 사회를 맑게 하는 기사를 보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일간지 기자는 하루의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의 사명감을 지녀야 한다. 이 정신을 놓치면 언론은 타락한 사회를 정화하는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지금 울산은 다양한 형태의 정치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시립미술관 건립이 시민여론을 듣기위해 최소 3개월여 공사 진척이 늦어질 전망이다. 이런 부문에서도 언론의 역할은 막중하다. 어느 것이 바른 길인지 전문가 의견이나 시민들의 여론 형성 과정을 심층 취재해야 한다.

전문 기자가 부족하다면 전문가의 기고를 먼저 게재해야 한다. 정책결정과정의 감시기능과 함께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우리는 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정책 결정을 많이 보아왔다. 소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정책 흐름을 언론이 감시해야 함은 당연하다.


또 주의해야할 것 가운데 하나가 언론이 공정성과 객관성, 진실성을 상실하면 이미 언론이 아니다, 라는 점이다. 이 세 가지를 수호하는데 언론의 사명을 걸어야 한다. 하나라도 소홀하면 언론은 독자들의 눈길에서 벗어남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독자들의 외면은 한번 돌아서면 되찾아오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독자들을 영원히 내편이라 여기고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울산신문은 위에서 밝힌 우려스런 것들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까지는 어느 언론사에 뒤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만하지 말고 늘 깨어있는 시대정신이 필요하다. 그리고 세상의 이야기에 귀를 크게 열어놓아야 한다. 하찮은 소문에서 특종꺼리를 건질 수 있음이다. 과거 필자의 기자시절 경험을 보면 우연히 들린 주유소에서 주유소 소장이 혼자 했던 군소리에서 특종을 건졌던 적이 있다.

요즘 대부분 언론사뉴스가 보도하기에만 급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매일 아침 신문을 펼치면 고발성에 가까운 대안 없는 기사들이 지면의 상당부문을 차지하고 있다. 사건사고를 중심으로 정치판의 끝없는 싸움질, 기업부도위기 등을 중점 보도함으로서 언론사 스스로 살벌한 사회분위기를 만드는데 혈안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어디 불안해서 신문을 펼치겠는가 싶다. 불안을 느낀 젊은이들이 결혼과 취업, 출산을 포기하는 삼포, 오포, 칠포시대라는 말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언론의 책임이 크다. 이것은 분명 언론의 역기능이다. 다시 말하면 언론이 알권리를 충족시키는데 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어떤 문제에 대한 대안을 찾는 노력들도 함께 필요하다. 다시 말해 볼거리를 오려두는 신문으로 거듭나야 한다. 신문을 오려둔다는 것은 독자로부터 사랑을 받는다는 의미다.

미래 지향적인 언론은 젊은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긍정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무책임한 보도가 젊은이들의 꿈을 상실하게 해서는 안 된다. 잉크냄새가 물씬한 아침 신문을 펼치면 신입사원 모집, 중견사원 모집 광고가 줄을 잇던 30년 전은 아니지만 살아볼만한 세상임을 선도하는 언론이 돼야 한다. 또 젊은이들이 꿈을 키우는 시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것이 국가의 번영이다. 울산에서의 이 역할을 울산신문에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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