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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우유팩 자르는 거 좀 도와주세요" 나는 주방에서 말린 우유팩을 한 아름 안고 거실로 나왔다. 손자 보고 싶은 맘에 들르신 여든넷의 우리 아버님은 며느리인 나와 뭐든지 잘 통하는 사이다. "아버님, 우유팩 긴 모서리를 따라 가위로 이렇게 자르시면 전개도처럼 펼쳐져요. 이렇게 납작한 모양으로 만들면 끝이예요" "그래 알았다. 내가 가위질 한번 해 보마" 매사에 호기심이 많으신 아버님은 어린아이 마냥 눈을 반짝이시며 흥미로운 표정으로 우유팩을 자르셨다. "와, 우리 아버님 정말 잘 하시네요" "그래? 나도 같이 해 보니 재미있구나! 이렇게 해서 어디에 쓸거니?" "네, 다 쓴 우유팩을 모아가면 주민 센터에서 두루마리 화장지로 바꿔줘요. 깨끗한 종이로 재활용도 되고 화장지도 받아오니 좋아요" 하루에 1000ml 우유 한 팩씩을 소비하는 우리 집의 소소한 일상이다.

2015년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재활용률 2위에 오른 재활용 선진국이다. 쓰레기 재활용 부문 1위를 차지한 독일의 비결은 쓰레기를 종류별로 분리해서 버릴 수 있도록 색깔별로 구분해 놓은 쓰레기통이 여기저기에 많이 비치되어 있어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릴 수 없도록 습관화된 것에 있다고 한다. 특히 '판트(Pfand)' 라는 빈병 회수시스템이 있는데 빈 소주병이나 맥주병을 현금으로 환불해주는 우리나라의 공병보증금제와 비슷하다. 플라스틱, 유리병, 캔을 회수용 무인기계에 넣으면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영수증이 발급된다. 가까운 슈퍼나 편의점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어서 환경을 생각하며 재활용으로 근검절약하는 실용주의 독일 국민들이 실천하는 자발적 생활습관이다. 더구나 색깔별로 초록병, 갈색병, 흰색병을 따로 분리수거하도록 되어 있어 재활용률을 더욱 높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깨끗한 거리 유지를 위해 쓰레기 배출자 부담 원칙하에 길거리 분리수거 쓰레기통을 없앴다. 이러한 열악한 사회적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분리수거에 적극 동참한 시민들의 노력 덕분에 세계 랭킹 2위에 올랐다고 한다. 시민 저마다의 환경사랑에 대한 작은 실천들이 우리나라를 재활용 강국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올 봄 중국이 환경문제를 이유로 쓰레기 폐기물 수입을 중단하면서 일부 재활용업체들이 플라스틱과 비닐 같은 재활용 쓰레기 수거를 거부해 쓰레기 대란이 일어났다. 쓰레기들의 해외 반출, 소각, 매립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에 놓인 우리는 쓰레기 배출을 줄여야 한다.  

가정에서는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를, 회사에서는 일회용컵 대신 개인 텀블러를, 매장에서는 플라스틱 용기 대신 머그잔을 사용하는 대안들이 실행되고 있다. 음료를 만드는 기업에서는 재활용이 쉽도록 색깔을 뺀 무색투명 페트병을 만들겠다고 하고, 상품 홍보를 위해 회사 브랜드 로고를 찍었던 플라스틱 용기에 제품 로고를 없애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몰디브 해안에서 건져낸 폐플라스틱으로 러닝화를 만들었던 세계적 스포츠용품 회사는 자사의 모든 신발과 의류에 사용되는 폴리에스테르를 재활용 폴리에스테르로 대체하기로 하면서 기업의 환경운동에 적극적이다.
2018년 만해평화대상을 수상한 대만의 '자제공덕회'는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에서 구호용 담요와 간이침대를 만들어 전 세계 재난 현장의 이재민을 돕는다. 민간 구호활동을 하는 자제공덕회 자원봉사자들은 페트병을 재활용해서 만든 담요를 나눠주며 인류사랑과 환경사랑을 실천한다.

그렇다면 우리 교육현장에서는 재활용을 위하여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교내 쓰레기 분리수거는 물론 폐형광등과 폐건전지 수거에 참여하고 있고 학교급식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운동도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단체 우유급식을 하는 학교의 경우 날마다 우유업체가 수거하는 빈 우유통 양이 엄청나다. 학생들이 다 먹은 종이 우유팩을 각자 깨끗이 씻어 말려 재활용 자원으로 쓰여 질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환경사랑을 실천하는 학생들이 골고루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재활용 우수학교에 적절한 보상을 주는 것과 함께 말이다. 학교와 지자체가 손잡고 재활용 사업에 적극 동참하여 환경사랑에 앞장서면 어떨까? 어릴 때부터 고사리 손으로 직접 하는 재활용습관은 녹색성장의 튼튼한 뿌리가 되어 줄 것이다.

아이들에게 최고의 교과서는 자연이라 했다. 우리는 높은 하늘과 푸른 바다가 보여주는 대자연의 광활함에 위로를 받았고, 우리는 맑은 공기와 따뜻한 햇살이 뿜어내는 싱그러운 생명력에 생기를 얻었다. 나를 에워싼 초록 자연이 주는 위대함을 아이들에게 물려주는 것은 녹색환경 교육리더가 되기 위한 우리의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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