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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대한민국 보수정권은 부관참시까지 당했다. 박근혜 탄핵 이후 그나마 재건이라는 단어로 연명해온 대한민국 보수정당은 말 그대로 경북도당으로 쪼그라들어 정체성마저 사라져 버린 정당이 됐다. 바로 그 보수정당의 궤멸에 일정부분 역할을 한 이가 홍준표 전 대표다. 그가 지방선거 이후 미국으로 떠났을 때 많은 이들은 그래도 때늦은 선택이지만 다행이라는 반응이었다. 그런 그가 웬걸 화제의 중심이 됐다.

노회찬 의원의 죽음과 그 이후의 현상을 참지 못한 홍 전대표의 성급함이 문제였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죽음을 두고 벌어진 일련의 현상에 대해 '자살 미화' 운운하며 꼬집었다가 되레 역풍을 맞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최근 자신의 SNS에 고 노회찬 의원의 죽음에 애도 열기가 계속되자 자살을 미화하는 풍토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라며 지적했다. 하지만 이는 고 노회찬 의원의 추모 열기를 폄하한다는 또 다른 지적을 낳게 했다. 결국 홍 대표는 자살 미화 풍토를 지적하다가 도리어 자신이 논란의 대상이 됐다. 대한민국 보수정치의 얼굴이라고 자부하던 이의 막말은 참담하다.

이미 대한민국 보수정치는 정체성을 잃었지만 회복불능의 상황도 어쩌면 생각보다 오래갈 것이라는 전망이 예언처럼 들리기도 한다. 공당의 대표라는 자가 주군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단식농성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보수정당이라는 이름의 정치는 수구골통과 기득권 세력으로 스스로를 규정해 버렸다. 그런 정당이 탄핵정국과 진보의 집권, MB의 구속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완전히 무장해제 됐고 지난번 지방선거로 폐족이 됐다. 딱하지만 한 때 대한민국 보수의 심장이라고 주장하던 정당의 사정이 그렇다.

홍 전대표의 막말을 보면서 과연 지금의 보수정당이 재건 운운하며 다시 국민들 속으로 들어올 준비가 되어 있는지 의문이다. 흔히 보수를 두고 도덕성과 준법성, 안정성을 기둥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보수는 세 가지 기둥을 잃어버렸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보수의 가치는 기득권을 지키는 것이 아니다. 품격 없는 말로 한 사람의 인격을 난도질하고 말장난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따위의 보수는 보수가 아니다. 보수는 자신이 믿는 가치와 전통을 지켜가면서 개혁을 하려는 세력이다. 그 개혁의 깃발에 아랫목이나 지키는 얼치기 보수는 철저히 외면 받게 된다는 사실을 제대로 깨닫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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