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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고래관광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올해 '100만 관광객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되는 남구의 고래관광은 대내외의 변화요구에 직면했다. 2008년 국내 유일 고래문화특구로 지정된 장생포는 지난 10년간 다양한 고래 인프라와 콘텐츠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일본 돌고래 수입과 잇따른 돌고래 폐사, 은폐논란 등이 이어지며 돌고래쇼와 사육에 대한 환경단체의 반대여론이 거센 상황이다. 이에 최근 관광트렌드 중 하나인 친환경·윤리·생태도 감안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고래없는 고래관광'에 대한 우려 역시 큰 상황. 기로에 선 고래관광의 성공적인 변화를 위한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미국 플로리다주의 올랜도 해양생물 테마파크 '시월드'의 인기 어트렉션인 '남극, 펭귄의 천국(The Antarctica: Empire of the Penguin)'. 펭귄 250마리를 보여주는 이 어트렉션은 세계 최대 펭귄 관람시설이다.

 

고래생태체험관 수익 창출 최대 효자
지역 경제 영향  커 쉽게 포기 어려워

당장 없앨수 없다면 수족관 규모 키워
돌고래 사육 등 부정적 여론 잠재워야

미포조선 부지 활용 다양한 방안 마련
고래 대신할 새 관광 유인책 개발 시급

 

# 현 단계에선 돌고래 방사 어려워
저성장 시대, 개발보단 환경을 택하는 진보 성향의 더불어민주당 출신 구청장의 첫 집권으로 남구 고래관광의 판도가 변할 것으로 기대하는 시민들이 많다.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돌고래 방사'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겠다던 김진규 남구청장은 역대 남구청장 중 처음으로 해양동물단체 핫핑크돌핀스, 울산녹색당 등 환경단체를 만났다.
그러나 김 청장은 현 단계에서 고래방사는 어렵다는 입장도 밝혔다.
생태체험관 돌고래가 지역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연간 35만 여명이 찾는 고래생태체험관은 특구 시설 중 가장 많은 방문객을 자랑한다. 지난해만 36만 321명이 방문했고 수입금 12억 3,000여 만원을 거뒀다. 장생포 옛마을 방문객인 21만 8,086명, 고래박물관 21만 138명, 고래바다여행선 3만 5,239명 보다 월등히 많다.
이같은 고민은 비단 울산만의 것은 아니다. 범고래쇼로 환경단체의 비난을 받았던 미국 최대 해양테마파크 '시월드' 역시 범고래쇼 중단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시월드 세 곳 중 쇼를 가장 먼저 중단한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2014년 리처드 블룸 하원의원이 '범고래쇼 금지법'을 발의하자 샌디에이고 지역사회는 반대했다.
 당시 시월드는 겨울이면 2,500여명, 여름철엔 4,500명을 고용하고 샌디에이고 시정부에 연간 1,400만 달러의 부지 임대료를 납부했다. 당시 시장인 케빈 포코너는 "시월드는 지역경제에 매우 중요한 존재이며 야생동물 생태 연구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범고래 '틸리쿰'의 습격으로 여성 조련사가 죽고, 2013년 다큐멘터리 '블랙피시'가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범고래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비난 여론이 급등해 결국 쇼 중단까지 갔다.
때문에 당장 없앨 수 없다면 생태체험관 수족관 규모라도 키우자는 중재안이 나온다.
남구 관계자는 "체험관 야외풀장을 만들어 생태환경을 개선했듯이 수족관 규모를 키우면 고래가 유영할 때 반경이 넓어져 상처를 덜 입는다. 패혈증 등을 일으킬 가능성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런 방안은 예산은 들더라도 대내외의 비난을 가라앉히고 고래관광 방향을 생태관광으로 변화시키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 체험·체류형 관광 인프라 조성이 도움될 수도
3만 평에 달하는 미포조선소 부지를 어떻게 할 것인가도 관건이다.
남구는 우선 해양공원을 조성해 시민 휴식공간으로 제공하는 안을 갖고 있다.
조석현 고래특구개발단장은 "흉물로 남겨두기보단 5년 내에 해양공원으로 조성하는 안이다. 장생포 공간에 확장성을 줄 수 있다. 산업지대 안의 숲으로 관광객에게 휴식과 힐링의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해양관련 교육체험장, 아쿠아리움 등 다양한 안이 구상되고 있다.
한길우 2018울산고래축제 감독은 "이곳에 선박 컨테이너를 활용한 호텔 등을 만들면 장생포만의 이색적이고 특별한 공간이 될 것"이라며 "장생포에 부족한 숙박시설로 쓰여 체류형 관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항만 친수시설인 부지를 숙박시설이나 상업시설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수 년 이상이 소요될 것이란 것이 남구 관계자의 설명이다. 조 단장은 "변경이 가능하다해도 각종 인프라가 들어선 장생포 일대에 비움의 공간으로 후대를 위해 개발 여지를 남겨두는게 좋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 플로리다 올랜드 시월드처럼 다양화도 가능
살아있는 고래를 대체해 관광객을 끌어모을 시설을 갖추는 것도 대안이 된다.
최근 민자로 전액 유치한 모노레일, 장난감 박물관 등 민간투자를 혼합한 JSP키즈랜드의 성공적인 행보를 감안해 민자로 이런 시설을 유치하자는 것이다.
모노레일의 경우 올해 고래축제에서 축제기간 4일 내내 하루 최대 탑승객 1,000명이 이용했다. 장생포 해군기지에 문을 연 JSP키즈랜드 역시 개관 한달만에 1만 여명이 방문했다. 이에 노선 확장 등 이들 성과를 늘려가는 한편 미포조선부지 등에 또다른 성공적인 인프라를 조성하자는 의견이다.

기자가 지난해 10월 찾은 미국 플로리다주의 올랜도 시월드에선 '남극, 펭귄의 천국(The Antarctica: Empire of the Penguin)'이란 어트랙션이 범고래쇼 만큼 인상적이었다. 펭귄 250마리를 보여주는 이 어트렉션은 세계 최대 펭귄 관람시설이다. 플로리다주는 여름이면 연일 30도가 넘는 여름의 도시다. 그런 곳에서 펭귄 250마리를 보여주기 위해 시월드는 매일 9,000여kg의 눈을 만든다. 실제 반팔을 입으면 추울 정도로 냉풍이 불어오는 효과와 한 벽면 전체를 차지하는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때문에 굳이 고래가 아니라도 관련있는 다양한 해양생물 등을 활용하는 체험관 등 차별화 된 구성과 공간을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의 구상도 필요하다. 물론 자원조달 방안과 환경단체의 잡음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고민돼야 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김향자, 최자은 연구원은 '지역 관광자원 개발방향 연구Ⅱ(2017)'에서 "정부주도 지역관광 개발은 이제 시장기능에 과감히 맡기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최근 관광정책도 민간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토대로 한 파트너십의 추구가 강조된다"고 조언한다.

# 문화예술분야 청년 종사자 육성 지적도
시설 인프라와 함께 장기적으로 관광자산이 되는 문화기획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한길우 2018 고래축제 총감독은 "축제에서 호응을 받은 고래학교 같은 프로그램이 꾸준히 이어졌으면 좋겠다. 교육청 등과 상시프로그램으로 만들어 환경이슈나 생태관광, 문화예술 등을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것이다. 청소년, 청년의 문화기획역량을 키우면 그 자체로 장생포를 생태문화관광도시로 하는데 특화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영기자 us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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