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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곶
 
한분옥

내 생애 첫 햇살도 저리 붉게 왔을까

차라리 눈부셔라 어머니 단속곳에
탯줄을 끊어낸 아침 핏빛 속에 나를 안고
명줄을 잡아당겨 활을 긋는 순간이다

토할 것 다 토하고 삼킬 것 죄다 삼켜
바다도 산천도 들끓어 출렁이는 첫 울음


 
△한분옥 시인: 200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화인』 『꽃의 약속』 『바람의 내력』 등이 있으며 가람시조문학상 신인상, 한국문협작가상, 한국수필문학상, 연암문학상, 울산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울산예총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외솔시조문학상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서원 시인
 이서원 시인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으로 새해가 되면 많은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 '간절곶'이다. 어제의 태양이 오늘의 태양과 다르지 않음에도 우린 무언가 날마다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일출을 본다. 그러나 그 희망을 그냥 막연하게 시각적으로 본다는 견(見)의 의미보다, 무언지 모르게 느끼는 관(觀) 즉, 비추어 봄의 생각에 가깝지 싶다. 

시인은 간절곶의 바닷가에 서서 붉게 떠오르는 새날의 태양을 통해 자신의 태생과 견주었다. 어머니가 낳은 아이와 우주가 낳은 태양이 동일 시 되면서 저 붉은 존재의 의미가 가일층 숭엄해진다. 시는 은유의 환치를 통해 비유가 깊어지고, 그 속에서 본질(보이는 것)은 물러나고 자신만의 글(시)이 고의적인 피조물로 새롭게 전의된다. 그래서 시인을 일러 창조자라 일컫는 것인지도 모른다. 

'명줄을 잡아당겨' 새 생명이 이 세상을 만나는 경이로운 순간이 바로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고 순명이다. '토할 것 다 토하'는 것이 우주의 질서이고 또한 '삼킬 것 다 삼'키는 것이 삼라만상의 운행이다. 마침내 아이가 터트리는 '첫 울음'을 통해 완성되는 하루의 시작(始作)을 일러 어쩌면 시인의 시선은 시작(詩作)까지 나아가야만 하는 것이리라.

데리다는 시의 은유를 "이성 중심주의를 희석시키는, 아버지의 집으로부터 떠나가는 한없는 이방의 여행이다."라고 말했다. 우리의 시적 여행은 날마다 소풍 같은 마음으로 설레며 나아가는 행위이며 호기심이다.

메타포(metaphor)라는 은유의 뜻을 찾아보면 메타페레인이라는 그리스어를 만나게 된다. 메타(meta)는 '위로' 또는 '너머'의 의미이고 페레인(pherein)은 '옮기다' '나르다'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처음 은유의 뜻은 "한 말에서 다른 말로 옮겨가는" 의미라고 유추해 낼 수 있다. '간절곶'의 일출을 통해 '태양'에서 '생명의 탄생'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감을 통해 우리는 행복한 시의 깊음을 만나게 된다.  이서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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