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야말로 살인적인 폭염이다. 낮에는 불볕더위, 밤에는 열대야가 계속되면서 사람들은 하루 종일 더위에 시달리며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한다. 에어컨을 안 켤 수 없는 날씨지만, 국민 대다수는 가정에서 더위를 버티고 있다. 더운 여름 시원하게 보내려고 산 에어컨으로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까 무서워서다.

올해도 어김없이 누진세를 폐지해 달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누진세 폐지 혹은 감면에 관한 글이 5일 기준 780건을 돌파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국회는 어떠할까? 춥다 못해 긴 팔을 입어야 할 상황이다.

이 와중에 국회에선 "오늘은 날도 더운데 겉옷 좀 벗고 합시다"라는 연출성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개의 직전 한 말이다. 이 말에 공감할 국민이 얼마나 있을 지 의문이다.

국회에서는 매년 폭염, 혹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 때마다 관련한 법안이 쏟아지는 현상이 반복됐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오지는 못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여름·겨울에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앞서 미세먼지와 폭염, 한파, 우박 등 이상기후를 재난으로 규정하자는 법안도 20대 국회 들어서만 총 15건 발의됐다.

하지만 이 중 처리된 법안은 한건도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법안 처리 시점이 너무 늦어져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번 법안도 오는 30일 본회의에서나 가능할 것으로 보여 또 다시 관심 밖 법안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폭염에 누진세가 무서워 맘 편히 전기도 못 쓰는 국민들 앞에 시원한 국회 그늘 아래 있는 의원들의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