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드 테이블 유감
라운드 테이블 유감
  • 울산신문
  • 승인 2018.08.0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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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두 시인·소설가

조선시대 세도가였던 유자광이 경상도 함양에 갔다가 글을 지어 쓴 현판을 관아의 누대에 걸어놓았다. 그 후 함양군수로 부임한 김종직이 현판을 걸지 못하게 한 다음 현판은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 

혹자는 이 일로 하여 생긴 두사람의 앙심이 죽어 무덤에 누운 김종직을 부관참시 당하게 하고 그 끔찍한 무오사화를 불러온 요인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역사를 잘못 읽은 결과다. 무오사화는 두 사람의 현판 때문이 아니라 그 시대 기득권층의 사림과 김종직의 신사림파에 의해서 일어난 당파싸움 때문이었다.

나는 이 역사를 머릿속에 두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또 지방정권이 바뀐 이번 지방선거 이후를 눈여겨 보고 있다. 마침 울산광역시도 송철호 시장이 취임과 동시에 문화관광에 대한 정책을 유보하거나 전면 개편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 맥락에서 송 시장은 지난달 울산의 각계 전문가들을 한자리에 초빙해 의견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송철호 시장이 말했다. "이 자리는 세미나도 심포지엄도 아닌 말 그대로 라운드테이블입니다. 그래서 대화와 토론에 경계도 한계도 없습니다. 무엇이든 모두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신문을 읽으면서 현장에 없었어도 송 시장의 속내를 짚어 보았다. 그 짧은 스피치 속에는 울산광역시를 이끌고 가야할 목민관으로서의 포부와 의지, 고뇌가 모두 들어있는 것 같아서 평소 가식 없이 솔직한 그의 모습을 새기며 한 가닥 감회가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 그 행사를 주관한 울발연이 내 눈에 먼저 비치는 것이었다. 울산발전연구원의 관계자는 그 순간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울발연은 울산의 주요정책과 현안들을 연구하여 시에 보고했을 것이다. 라운드테이블에 올리면서 새로이 진지한 토론을 하고 마치 목욕탕에서 훌렁 벚은 채로 얘기하듯 해보자는 시장의 심정을 만족시키지 못했던 연구였다면 그 행사에 앞서 미안해하거나 반성하며 사과수준의 양심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물론 울발연이 결정권을 갖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일이 매번 반복되고 있다면 문제가 아닐까?

시립미술관 건립이 확정됐을 때도 그랬다. 미술관을 짓는다고 울산교육의 못자리인 백년이 넘는 전통의 학교를 헐어버리다니 이건 무식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못할 일이다 하고 핏대를 세우는 사람들도 많았었다. 침체된 상권을 살린다고 미술관을 세운다고 했으나 굳이 상권이라면 반듯한 전문대학 하나를 유치하는 게 낫다는 것이었다.

미술관뿐인가? 시립도서관을 가보고 싶어도 찜찜한 마음이 그 방향으로는 가기 싫어진다고 말하는 시민들이다. 공해에 시달리던 일이 생각나서 아무리 잘 꾸며놓아도 통 가보고 싶지 않게 된다고 말한다. 공해에 시달리는 시민들로선 그 소리가 한이 담긴 소리일터인데 이렇게 울산시민을 응어리질 일이 많았었다. 우리는 흔히 많은 분야에서 국제화를 내세우고 문화적인 면에서도 외치다시피 하면서 국제화해야 한다하고 서양도시의 성공사례를 열거하면서 그 도시를 거명하곤 한다.

도시의 재개발에도 외국의 도시를 본떠서 리모델링한다고 야단이다. 국제화에 대한 인식이 잘못된 공직자에 의해서 정책이 잘못된다면 그것은 비극이다. 당대의 비극으로 끝나지 않고 두고두고 욕먹는 비극이 되는 것이다. 

그럼 국제화 세계화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국제화는 우리 것을 서양선진국 것으로 변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것을 특화하는 것이다. 우리 것을 서양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하게 만들어서 능가하는 상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우리만의 것으로 특별하게 내놓는 것을 말 한다 선진국과 함께 피를 섞어 동질화하는 것이 아니라 키를 같이 하여 동격이 되자는 것이 국제화 세계화의 참뜻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미 국제화가 된 울산의 춤사위 울산학춤은 우리의 자랑이 된다. 또 아득한 선사시대로부터 우리의 삶이었고 생활의 애환 속에 풍요를 바라던 꿈이요 희망이었던 고래 그 고래문화를 갈고 닦아 새로운 고래문화를 개발할 무궁한 소재를 안고 있을 고래축제를 더 우리 것 답게 발전시킨다면 더 없이 좋은 국제적인 관광축제의 상품이 되리라 믿는다.

그리고 밤낮없이 땀 흘려 일하면서 산업도시를 건설한 오늘의 울산은 아직도 문화예술의 건전한 발전이 요원하지만 그 길은 열려있다. 생활수준이 좋아졌다고 주위 환경이 좋아진 것은 아니다. 인간성의 상실은 어떠한 전염병보다도 우리의 생활을 위협한다. 자연환경보다 사회 환경의 정화가 시급하다. 이 정화제가 곧 문화예술이다. 송철호 시장의 문화정책이 성공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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