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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폭염이 이어지면서 더위에 지친 시민들이 의욕을 잃어가고 있다. 냉방수요가 폭발하면서 전력 사용량이 사상 최대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지만 한쪽에서는 전기료 폭탄이 겁나 냉방기 가동을 주저하는 일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누진제 공포 때문에 30도 가까운 열대야에도 에어컨을 켜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기요금 폭탄 고지서가 걱정인 저소득 서민층이다. 

상황이 악화되자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총리는 현안점검은 물론 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관련한 대책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7월과 8월 두 달간의 가정용 전기요금에 대해 한시적 누진제 완화와 저소득층과 사회복지시설 등에 대한 전기요금 할인 확대 등 전기요금 부담 경감 방안을 조속히 확정해 7월분 전기요금 고지부터 시행해 달라는 지시를 내렸다. 따라서 연일 계속된 폭염으로 인해 사실상 하루 종일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는 가정집이 많은 만큼 조속한 전기료 감면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부는 전기세 조절을 위한 논의를 한 결과 지난 2016년에 시행했던 누진제 완화방안을 포함한 막바지 선택만을 남겨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누진제 존폐 논란은 청와대에 올라온 폐지 청원만 5일 기준으로 700건을 넘어서는 등 국민의 뜨거운 관심사다. 하지만 현행 누진제는 전기 과소비를 억제하고 적정 수요관리를 위한 핵심 정책 수단이란 점에서 폐지 자체가 쉽지 않다. 정부가 일단 누진제 폐지보다는 한시적 완화 방안으로 가닥을 잡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난달 전기료 사용 고지서가 이번 주부터 각 가정으로 본격 배부되기 때문에 정부 결정은 이번 주 안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결정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각 가정에서 요금 손해를 보지 않도록 소급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시점이다. 가능한 최대한 빨리 결정을 해줘야 나머지 폭염기간 동안 일반시민들이 마음 놓고 냉방기를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들어 냉방기를 제대로 돌리지 못한 시민들의 피해는 기록적이다. 올해 7월 평균기온이 이미 예년 8월 평균기온을 넘어서고 8월에도 폭염이 예고되는 등 올 여름 역대급 더위가 이어지면서 온열질환자가 꾸준히 급증할 전망이다. 울산시에 따르면 현재 울산의 온열질환자는 총 77명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60대 이상이 28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50대 15명 △40대 13명 △30대 13명 △10~20대 8명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료정보 빅데이터에서도 작년 기준 연령대별 진료현황을 살펴보면 60대 이상이 6,909명(36.7%)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대 3,499명(18.6%) △40대 2,586명(13.7%) △30대 2,182명(11.6%) 순이었다. 다만 9세 이하 아동 환자는 612명(6.1%)으로 10대 436명(4.3%)보다 많았다. 성별로는 여성(1만74명)이 남성(8,745명)보다 많았다. 올해 기록적인 폭염은 최소한 앞으로도 10여일은 더 지속될 것이라는 예보다. 이에 따라 온열질환자 규모도 예년 수준을 크게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울산에서 같은 기간 지난해에는 온열질환자는 22명으로, 전년대비 350% 증가한 수치다. 열 질환에 특히 취약한 사람은 노인, 소아, 운동선수, 신체활동에 제약이 있는 환자, 알코올 중독 환자, 항정신병·향정신성·심장혈관계·진정제 약물 복용자 등으로 알려져 있다. 

온열 질환이란 더위로 체온 조절이 힘들어져 발생하는 질환으로 경증으로는 열부종, 땀띠, 열경련, 열피로가 있고 중증으로는 열사병이 있다. 열부종은 뜨거운 환경에 노출된 후 며칠 이내에 사지에 나타나는 피하 팽창증이다. 땀띠는 열로 피부 각질이 파괴되고 땀구멍이 막히면서 발생하는 급성 염증을 말한다. 열경련은 주로 더운 환경에서 일하는 육체노동자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수분과 염분 고갈에 의한 근육의 불수의적 수축 반응은 종아리 근육에서 시작되고 허벅지와 어깨에서도 발생한다. 열피로도 수분과 염분 고갈이 원인이고 두통, 구역, 구토, 어지러움, 근육 경련, 빈맥, 기립성 저혈압, 실신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열사병은 신체의 체온 조절 반응이 손상돼 더는 항상성을 유지할 수 없을 때 발생하고 사망률이 높다. 섭씨 40도 이상의 체온과 의식 상태의 변화가 주요한 특징이다. 착란, 이상 행동, 환각, 편측 마비, 간질 발작, 무의식 상태 등의 신경학적인 이상 상태를 보인다. 전문가들은 더위로 신체에 이상 증상이 생기면 즉각 몸을 식혀 신체 기능을 보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여의치 않으면 젖은 수건이나 천, 얼음을 이용해 체온을 낮춘다. 증상이 심하면 병원으로 이송해 치료를 받도록 한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서 전기료 폭탄이 두려워 냉방기를 제대로 틀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이 전기료 감면을 지시한 만큼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대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어떤 복지보다 중요한 부문이 에너지 복지라는 점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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