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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기와

이봉직

옛 신라 사람들은
웃는 기와로 집을 짓고
웃는 집에서 살았나 봅니다.

기와 하나가
처마 밑으로 떨어져
얼굴 한 쪽이
금 가고 깨졌지만
웃음은 깨지지 않고

나뭇잎 뒤에 숨은
초승달처럼 웃고 있습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한 번 웃어 주면
천 년을 가는
그런 웃음을 남기고 싶어
웃는 기와 흉내를 내 봅니다

△이봉직 : 대전일보, 매일신문,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 시작. 제1회 눈높이 아동문학상, 제7회 한남문인상 대상, 제3회 열린아동문학상 수상 동시집 '어머니의 꽃밭' '웃는 기와' '내 짝꿍은 사춘기'외 다수 출간.
 

박성규 시인
박성규 시인

강산이 폭음과 열대야에 시달리고 있다. 간간이 소나기 소식이라도 들려왔으면 좋으련만 아무리 일기예보에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봐도 비 소식은 없다. 사상 유례 없는 여름을 보내고 있다. 기우제라도 지내야 할까?
날씨가 무더울수록 매사에 짜증을 내기가 일쑤다. 그럴 때마다 웃자고 연신 주문을 걸어 보지만 쉽사리 실행이 되지 않는다. 이열치열이라 했으니 이왕이면 덥다고 집에 있을 것이 아니라 더위를 잊어버리는 방법을 택하여 가까운 박물관에 가서 웃는 기와를 만나기로 했다.


웃는 기와는 현재 국립경주박물관에 소장중인 얼굴무늬수막새이며 신라의 미소로 잘 알려져 있다. 일제강점기였던 1934년 경주의 한 고물상에서 당시 경주에 살았던 다나카 도시노부라는 일본인 의사가 구입해서 1944년 일본으로 가져갔으나 경주박물관 박일훈 관장의 노력으로 1972년 10월에 다나카가 직접 찾아와 기증해 줌으로 해서 다시 고국으로 돌아온 슬픈 이야기도 있지만 지금도 웃고 있는 저 얼굴…. 누굴 닮았을까.


덥다고 짜증낼 것이 아니라 웃고 살자.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처럼 무더운 요즘 날에는 더더욱 웃고 살자. 보는 이로 하여금 더위를 씻어 줄 수 있는 미소야 말로 진정한 피서법이 아닐까. 고대 미술에서는 사람얼굴을 표현하는 것은 무언가를 바라는 주술적인 목적이나 나쁜 것을 물리쳐 달라는 벽사적인 행위라고 하지만 저 신라의 얼굴무늬 수막새는 험상궂거나 무서운 표정이 아니라 웃음으로써 나쁜 것을 달래서 돌려보낸다는 의미로 해석함에 있어서 천년이 넘도록 웃어온 우리들의 모습이라고 말하고 싶다. 더울수록 웃으며 살자. 웃는 기와처럼.
 박성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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