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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짙어 간다. 한국은행이 최근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에서 2.9%로 하향조정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 7월호에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어두운 그림자'는 일자리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한창이던 2010년 이후 8년여 만의 최악이다. 실업률은 4%로 외환 위기 이후 18년 만에 가장 나빠졌다고 한다. 지난 3월 실업률이 17년 만의 최고라고 했는데 두 달 만에 갈아치웠다. 청년 실업률은 10.5%로 200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이다. 고용증가는 5개월째 10만 명 안팎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특히 제조업 일자리가 지난달에만 12만 6,000개가 사라졌다고 한다. 수출과 고용을 이끌었던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의미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시간당 8,350원으로 결정되자 소상공인, 자영업자, 기업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최저임금 1만 원' 공약 후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저임금 인상폭, 곰곰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자영업이 많은 우리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 우리나라 자영업 비중은 전체 취업자의 25.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5.8%보다 훨씬 높다.

음식업으로 비교하면 인구 1,000명 당 음식점 수가 미국은 0.6개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10.8개이다. 18배다. 편의점 수도 마찬가지다. 인구 비율로 보면 우리나라가 일본에 비해 두 배 많다. 음식업과 편의점의 과다 경쟁과 인건비 상승은 자영업자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결국 폐업으로 내몬다. 과거에는 제조업 일자리가 감소하면 자영업 일자리가 늘어났지만 최근 자영업도 일자리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가의 경제는 회복세라는데 우리 경제는 왜 좌충우돌하고 있는 것일까? 정부가 경제정책을 잘못 펼친 까닭일까? 정부가 난감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현 정부는 경제정책 방향을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정부의 세 가지 경제정책 각각은 나름의 합리성을 지녔지만 서로 엇박자를 내는 건 아닌지 재삼 고민해봐야 한다.

소득이 늘면 소비가 늘고 생산이 늘어 기업이 성장하고, 그 결과 일자리도 늘고 경제도 활성화된다는 것이 소득주도성장 근간이다. 하지만 경제학원론에서는 기업이 성장해야 일자리가 늘고 소득도 늘어 소비가 중가한다. 세계 각국에서 기업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경제정책을 우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현 경제팀은 소득을 순환 고리의 출발점에 놓다 보니 시장 원리에 어긋나는 정책을 쏟아내고 후유증을 세금으로 막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인과관계에 심각한 오류를 입증한다.

뿐만 아니라, 설령 소득이 늘어도 소비가 늘지 않으면 소득주도성장은 불발탄이다. 소비는 앞으로 내 주머니 사정에 대한 기대심리가 중요하다. 물가는 뛰고, 주가는 떨어지고, 기업들이 잔뜩 움츠러들어 투자보다 현금 비축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심리는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으로 소득을 견인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이로 인해 타격을 받는 곳은 경제의 모세혈관이라고 할 수 있는 소상공인이거나 프랜차이즈 지점을 운영하는 사업자, 혹은 대기업의 하청업체 등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이들도 소위 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오히려 을과 을의 전쟁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더구나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넘어가는 파괴적 기술혁신의 시대다. 규제와 혁파가 자유로운 중국은 거의 모든 신산업 분야에서 빅데이터를 축적하며 한국 기업을 따돌리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 4차 산업 시대에는 우리 경제가 중국의 제조 변방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불길한 조짐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을 더 다지기 위해서는 갑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법을 마련하고, 취약계층도 공존하며 살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을 마련하고 확충해야 한다. 돈보다 사람이 귀한 사회가 진정 선진 국가이다.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유지를 위해 우리 모두 조금씩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을 나누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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