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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적인 일감부족을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수주절벽과 실적악화에, 원자재값 부담까지 더한 '삼중고'에 시달리게 됐다. 선박 건조비용을 좌우하는 조선용 후판가격 인상에 따른 것으로, 가뜩이나 중국의 추격으로 벼랑끝에 몰린 지역 조선업계는 하반기에도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12일 철강·조선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1, 2위 철강사들은 최근 현대중공업 등 '조선 빅3'와 조선용 후판(두께 6mm 이상 철판) 가격을 t당 6만~7만원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하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은 t당 60만원대 초반에서 60만원대 중후반으로 오를 전망이다. 인상분은 지난달 공급 물량부터 소급 적용된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조선사들의 후판 소요량은 약 420만t으로 예상된다.
 후판은 선박의 가장 중요한 재료로 5만원이 인상된다면 조선업계의 원가 부담이 약 3,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협회는 추산했다.


 당초 조선업계는 철강업계에 수주·실적 악화 등에 이유를 들어 가격 인상에 난색을 표했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올해 2분기 1,757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영업손실을 냈다.
 특히 오는 20일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해양플랜트는 지난 2014년 10월 이후 45개월째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를 수주한다고 해도 실제 조업에 들어가는 것은 1년 후에나 가능하다는 것을 감안해 무급휴직을 검토해왔지만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인건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실적 향상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업계는 지난 3~4년간 가격 인상을 억제하면서 적자를 봤다"며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등에서 철강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를 검토하거나 시행중에 있어 가격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 상무부는 지난 4월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같은 달 10일에는 한국과 중국, 인도,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를 포함한 6개국에서 수입하는 냉간압연강관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EU 역시 지난 3월 26일부터 EU 철강업계 보호를 위해 세이프 가드 발동을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지역 조선업계가 기대하던 하반기 실적 반등은 현실화하기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후판 가격은 배 건조 비용의 2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건조 마진을 크게 좌우한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특히 중국·싱가포르 등 후발주자 추격 등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수주가뭄과 해양플랜트 중단에 따른 인건비 부담에다 건조 비용상승 등이 겹친 역대 최대 악재에 시달리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조선해양부문에서 우리와의 기술 격차를 1년 남짓 정도까지 줄인 상황에서 최근에는 소규모 해양플랜트 수주도 이어가며 위협하고 있다"며 "경쟁국들은 낮은 인건비를 바탕으로 일감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 국내 업체들의 경우 관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상황이 악화되고 있어 올 하반기는 물론 이후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주화기자 usjh@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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