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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어떤 때 한숨이 나오나요? 한숨 구멍에서 '후유~' 끊임없이 한숨이 나오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겁니다. 송이는 일어나자마자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오늘은 송이가 유치원에 가는 첫날이거든요. 송이는 모든 것이 무섭고 두렵답니다.
속은 답답하고 팔은 축축 처지고 걸을 때는 발이 무거웠지요. 가슴속에 까만 구름이 들어 있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엄마는 송이의 마음을 읽지 못했나봅니다. 멍하니 숟가락만 보고 있지 말고 얼른 밥 먹고 유치원에 가자고 합니다. 허둥지둥 새로 받아 온 가방을 챙기면서요. 그 때도 송이는 아무 말도 못하고 한숨만 쉽니다.


아빠가 유치원 가는 첫날이니까 유치원으로 데려다준다고 합니다. 송이는 가슴이 답답해서 자기도 모르게 또 한숨을 쉬었어요. "후유" 유치원에는 모두 처음 보는 친구들뿐이었어요. 다 같이 모여서 노래를 부르고 빙글빙

글 춤을 췄어요. 송이는 하나도 즐겁지 않았어요. 그래서 또 한숨을 쉬었지요. "후유"
친구들과 함께 바람개비를 만들 때도 송이는 하나도 재미가 없었어요. 아영이가 바람개비를 자랑하는데 송이는 한숨만 푹 쉬었어요. "후유" 점심을 먹을 때도 조금밖에 먹지 못했어요. 배 속에도 까만 구름이 가득 차 있었거든요. "후유" 아무리 한숨을 쉬어도 가슴속 까만 구름은 조금도 작아지지 않았어요. 송이는 걱정이 되어서 또 한숨을 쉬었어요. "후유우"


까만 구름은 점점 커지더니 송이 머릿속까지 차올랐어요. 얼굴이 까맣게 되었지요. 송이는 또 길게 한숨을 내쉬었어요. "후유우" 그러자 갑자기, 뻥! 송이 가슴에 커다란 한숨 구멍이 뚫렸어요. 구멍 속에서 까만 구름이 뭉게뭉게 나오더니 송이 머리 위에서 비를 뿌리기 시작했어요!
"송이야, 첫날이라 힘들었지?" 선생님이 다가와서 비에 흠뻑 젖은 송이 얼굴을 가만가만 어루만져 주었어요. 송이 눈에서 눈물이 통통 떨어졌어요. 아영이가 아까 만든 바람개비를 주었어요. 바람개비가 빙글빙글 돌아가자 한숨 구멍으로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왔어요. 송이를 데리러 온 엄마 목소리에 송이는 달려가서 엄마 품에 와락 안겼어요. 엄마 손길이 포근한 솜털이 되어 한숨 구멍을 따뜻하게 채워 주었지요. 내일부터 송이는 괜찮을 것 같아요.
 

장경숙 아동문학가
장경숙 아동문학가

최은영 작가는 처음 하는 일은 늘 두렵고 부끄럽고 이상했답니다. 주인공 송이 마음도 꼭 그렇지 않을까 생각하며 글을 썼다고 합니다. 누구나 처음은 두렵고 용기가 나지 않아요. 그래서 누구나 송이의 마음에 공감이 갈 거라 생각해요. 처음으로 엄마와 떨어져서 잔 날, 입학식 날, 첫 시험 날, 처음 겪는 모든 일들이 두려움과 불안을 함께 데리고 다니지요. 그래도 내일부터는 괜찮을 겁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아질 겁니다.
 아동문학가 장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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