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버지! 제 절을 받으세요!"
북에 있던 아들은 나이가 들어버린 아버지를 향해 울음을 삼키며 절을 올렸다. 남한에서 한달음에 달려온 여동생은 얼굴도 가물가물한 오빠를 보며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만 펑펑 흘렸다.

2015년 10월 20일부터 26일까지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금강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측 가족 90명과 북측 가족 96명은 분단의 비극으로 떨어진 가족들과 서로 손을 맞잡은 가운데 감동적인 상봉의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이후, 남북관계 경색으로 이산가족 상봉은 이뤄지지 못하고, 단절된 이산 가족들의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만 갔다. 통일이 되어 웃으면서 다시 만나자고 다짐했던 이산 가족들에게 있어서 하루하루의 시간은 너무나도 소중하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깊어져만 가는데 말이다.

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간의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으로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를 하였고, 8월 4일 11시,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통해 8·15 광복절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 최종 대상자 명단을 교환했다. 우리 측 상봉 대상자는 93명, 북측 상봉 대상자는 88명. 제21차 이산가족 상봉이 오는 8월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에서 2015년 이후 3년 만에 개최를 앞두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면 대한적십자사와 북한적십자사간 합의로 1985년 이산가족 상봉을 처음 시작한 이후, 남과 북은 2015년까지 스무 차례 만남을 이어왔다. 이를 통해 4,120가족(남측 2,046가족, 북측 2,074가족), 1만 9,771명이 분단으로 단절된 가족들과 함께하며 오랜 시간동안 떨어져 있던 어머니, 아버지의 이름을 목 놓아 불렀다. 그렇지만 1950년 6·25전쟁으로 동족상잔의 비극이 일어난 이후 68년의 긴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단 20번밖에 만나지 못한 것은 너무나도 안타까운 상황이다.

남과 북이 한민족이라는 사실은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며, 통일은 우리가 언젠가는 꼭 풀어야할 과제이다. 앞으로 남과 북이 정치적·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난제는 많겠지만 이산가족 상봉은 이와는 별개로 인도적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가족'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가슴 뭉클한 단어에 정치적인 이슈가 걸림돌이 되서는 안 될 것이다. 더군다나 이제는 시간이 흘러 가족을 만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는 이산 가족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말이다.

1988년부터 현재까지 접수된 이산가족 신청자 총 13만 2,603명 중 7만 5,741명이 돌아가시고 현재 5만 6,862명이 생존해 있다. 연령별로 보면 80세 이상이 3만 5,571명으로 대상자의 62.6%를 차지하고 있다. 대상자의 고령화로 이산 가족의 만남은 너무도 시급한 실정이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을 앞두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산가족 면회소를 통해 남북의 이산 가족이 매일 만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희망해본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