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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도 무더웠던 지난 7월, 나는 이번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가를 놓고 많은 생각을 했다. 날이 너무 더우니 여름방학 내내 계곡, 바다를 다니며 피서를 즐길까도 고민해봤지만,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더 나은 교사가 되기에 좋은 기회인 방학을 노는 데에만 써버릴 수는 없다는 생각에 어떤 연수가 있나 매일 살펴보았다.

그러던 중 발견한 민주시민교육 교원연수! 사실 처음에는 '민주 시민 교육이야 학교에서 늘 하는 거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일주일을 보내다 오면 되겠다' 하는 생각으로 신청했다. 하지만 일주일 동안 연수를 받으면서 처음의 가벼운 마음 대신 조금의 사명감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6년째 학교에서 아이들과 만나고 가르치면서 나는 아이들이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고,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민주시민 교육의 이해' 강의를 들으면서 그것이 나의 큰 착각임을 알게 됐다. 북한이탈 주민 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 생긴 투표와 관련된 일화는 내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우리는 각 반의 대표를 선출할 때, 후보자 추천을 받고 무기명 투표를 해서 뽑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하나원에서는 이런 방법은 처음이고 너무 신기하다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던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만 다른 체제에서 살아온 그들에게는 낯설고 신기한 방법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 모든 것이 신기하고 낯선 일일 수 있다는 것이다. 4학년이 돼 처음으로 학급 임원선거를 해 보면서 투표를 한다는 자체가 얼마나 신기하고 즐거운 일이겠는가. 그렇게 새로운 일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들뜬 마음을 나는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조용히 하라는 대로만 참여하라고 했던 것이다.

학급 임원 선거를 겪고 난 후 5·6학년이 되면 전교 임원 선거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지며 4~6학년이 투표에 참여한다. 이 때 보통의 학교들은 일주일 정도의 유세 기간을 주고, 후보 연설을 들은 후 투표를 진행한다. 나는 여태까지 학교에서의 투표는 후보 연설 정도가 최선이며, 아이들은 연설을 토대로 바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제주도의 다른 학교 사례는 또 다른 충격이었다. 제주도의 한 학교에서는 실제 선거처럼 후보자 토론회를 만들어서 후보자끼리 질문을 하기도 하고 학부모, 교사, 학생으로 이루어진 패널에게 질문을 받아 답변하는 시간을 가진 후 투표를 진행했다고 한다. 물론 이 학교는 고등학교였기 때문에 가능했을 수도 있지만, 초등학교에서도 어느 정도는 따라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후보 연설은 짧은 시간동안 누가 말을 재밌게 잘 하느냐가 당락에 큰 영향을 주지만, 토론을 거친다면 아이들이 조금 더 공약에 집중해서 투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선출된 전교 임원은 자신의 공약을 지키기 위해 더 노력하게 될 것이고, 진정한 의미의 학생 자치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주일 연수 동안 민주 시민 교육에 대해 많은 강의를 듣고,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번 연수를 통해 무엇을 얻었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나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기회였다'고 답할 것이다. 선거를 처음 해 보는 낯선 아이들의 마음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고, 임원 선거의 새로운 틀을 알게 되면서 쉽게만 생각했던 민주 시민 교육을 새롭게 생각할 수 있었다.

이제 개학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개학을 하면 바로 학급 임원 선거가 있다. 이번 학급 임원 선거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간단한 후보 토론회를 통해 우리 학급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조금씩 차츰차츰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아직은 모든 게 낯선 우리 아이들도, 아직 미숙한 점이 많은 나도 멋진 민주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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