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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7곳 시·도 교육감에 진보 성향 14명이 당선되면서 '2기 진보 교육감 시대'에 대한 국민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울산은 첫 진보 교육감이자 첫 여성 교육감 당선으로 앞으로 울산교육이 어떻게 변할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우선 고교 강제 야간학습에 대해 얼마 전 TV를 통해 노 교육감은 강제 야간 자율학습 폐지를 공언했다. 전국 17개 시·도 중 인천, 광주, 강원, 충남, 충북, 전북 등 6개 지자체가 이런 취지의 조례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 울산도 작년 시의회에서 의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조례로 제정될 것이 확실시 됐으나 결국 본회의에서 처리가 무산됐다. 여론 수렴과정이 부족해서 학부모 반발을 의식해 결국 의회 통과가 좌절된 것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노 교육감이 학생 자율권과 학습 선택권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점을 고려할 때 강제 야자는 폐지될 것으로 본다. 강제 야자 폐지와 더불어 고교 무상 급식 확대 공약과 맞물려 점심급식은 무료로 제공하고 저녁은 야간자율학습이 없으니 자연스레 저녁 급식은 무상급식에 포함되지 않아 예산 부족 압박에서도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강제 야자 폐지와 함께 학원 심야 교습 제한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혀 10년만에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학생들의 건강권과 학습 선택권이라는 이율배반적인 잣대와 학원업계 종사자들의 생존권 문제가 또 다시 화두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전임 교육감들의 잇단 비리 사건으로 바닥까지 추락한 울산교육청의 청렴도와 신뢰도를 회복해 공교육을 정상화 하는 것이 노 교육감의 주된 과제다. 하지만 사교육 죽이기를 우선 정책으로 공교육을 정상화의 시작점으로 인식한다면 여전히 그동안 정부나 다른 시·도 교육청이 실시한 정책들과 별반 차이가 없는 보여주기식 정책으로 치우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공교육의 근본적인 문제 파악이 우선시돼야 한다.

올해부터 울산시교육청은 공교육 내실화와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력 신장을 위해 초등학교 저학년 일제고사를 폐지하여 초등학교에서부터 성적을 기준으로 학생들 줄 세우기를 지양하고 있다. 중·고등학교에서는 문제 풀이식의 평가는 더 이상 미래 핵심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에 부적절하다고 생각하고 학생들에게 창의적이고 열린 사고를 키우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이미 전국의 많은 교육청에서도 점점 문제 풀이식 시험을 지양하고 서술형 시험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에는 큰 허점이 있다. 서술형 문제는 말 그대로 학생들의 창의성과 생각을 글로 얼마나 잘 표현 할 수 있는가가 평가의 핵심이 돼야한다. 하지만 여전히 서술형 시험에서도 학교 선생님이 정해진 정답이 아니면 정답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객관식 시험이나 단순 주관식 문제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공교육 내실을 다지기 위한 정책의 순서가 잘못됐다. 대학을 가기 위해 학생들은 필수적으로 수능을 치러야만 한다. 하지만 여전히 5지 선다형의 수능은 존재하는 교육정책에 거꾸로 초중고에서는 점점 서술형 시험을 확대하는 정책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며칠 전 헌법재판소에서 서울시교육청의 일반고와 특목·자사고의 이중 지원 금지 방침이 최종 판결까지 효력이 정지됐다. 성급한 정책으로 오히려 학생과 학부모에게 혼란만 준 모습이다. 정책을 시행하기 이전에 좀 더 많은 여론을 수렴하고 당사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노 교육감은 강제 야자 폐지와 학원 심야교습 제한에 대해 "급격한 정책 변화로 혼란이 일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을 알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정책 시행에 앞서 소통을 우선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노 교육감의 울산 교육 정책이 소수가 아닌 다수의 직간적 교육계 종사자들의 공감대를 얻으면서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펼쳐질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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