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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탐험가의 시계가 없다. 임제다 작가는 길을 잃었을 때 탐험가의 시계가 있으면 가야할 방향을 알려준다고 했다. 탐험가의 시계가 없어서 나는 여태 떠나지 못한 것일까? 그것이 없어도 탐험을 할 수 있을까?


영이와 오빠는 시골 할머니 댁에 왔다. 아빠는 여름방학을 할 때쯤 돌아오기로 하고 탐험을 떠났지만 돌아오지 않았다. 엄마는 금방 데리러 오겠다고 하며 아빠의 행방을 알아보러 갔다.
영이는 할머니 댁 창고에 있던 활과 화살을 챙겨 아빠가 준 탐험가의 시계를 갖고 히말프키의 별을 찾아 떠난다.
"히말프키 산에 소원을 들어주는 별이 있다고 아빠가 말했어. 아빠 빨리 오게 해 달라고 소원을 빌 거야. 같이 안 갈래?"
"애도 아니고, 그걸 믿냐?"
영이를 놀리던 오빠도 갈색 모자와 채찍을 챙겨 어깨에 걸고 같이 탐험을 나섰다. 영이의 가방에는 나침반, 주머니칼, 반창고, 주먹밥과 지도가 들어있다. 히말프키는 영이의 할머니 댁 뒷산이다. 히말프키라는 멋진 이름은 영이 아빠가 히말라야와 알프스와 로키를 합쳐서 뒷산에 붙여준 이름이다.
어디에나 있는 마을 뒷산이지만 그 산만이 가진 이름과 이야기가 있다. 그 산 어딘가에 별이 있고, 호수가 있고, 신기한 성이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아마도 탐험을 하러 떠난 사람들만 만날 수 있는 미지의 선물일 것이다.


영이는 히말프키 산에서 도롱뇽 사람을 만나고 대나무 용사를 만난다. 뿐만 아니라 거대한 물고기별을 만나 소원을 말하고, 할머니 댁에 걸린 사진 속 젊은 탐험가 모습을 한 아빠를 만난다.
탐험가의 시계가 수풀 밖으로 나가라고 알려주었을 때 영이와 오빠는 탐험을 멈추고 집으로 돌아온다. 영이는 살아있는 한 탐험은 끝나지 않는다는 어느 탐험가의 말을 떠올린다. 아빠는 지금 잠시 멈춰 있을 뿐, 곧 새로운 탐험을 위해 돌아올 거라고 생각을 한다.
나도 영이처럼 주먹밥과 지도를 챙겨 미지의 산을 탐험하러 떠나고 싶다. 탐험가의 시계가 없어도 혼자서 길을 찾아 발걸음을 내딛을 용기가 조금 생긴 것 같다. 알고 싶은 마음이 두려운 마음보다 1센티미터만큼 앞섰을 때 나도 내 삶의 탐험가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미지의 세계를 향해 이야기를 지어내고, 그곳을 탐험하고, 그 이야기를 기억하는 것이 인간의 일인 것 같다.
 

아동문학가 임순옥
아동문학가 임순옥

우리 아이들은 마을의 산과 들을 마음껏 탐험하고, 그곳의 나무와 물고기와 별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마음에 담을 수 있으면 좋겠다. 산과 바다와 시간과 공간, 우리를 둘러싼 우주가 두근거리며 우리들과의 눈맞춤을, 베일에 가려진 비밀을 들려주려고 기다리고 있다.
얘들아, 히말프키의 별을 찾아 가방을 둘러메고 탐험을 떠나자!
아동문학가 임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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