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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제천에서 발생했던 대형 화재참사를 우리는 아직 기억한다. 29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화재 참사 당시, 매스컴과 SNS를 통해서 화재 원인과 참담한 사고 결과의 정밀 분석과 더불어 소방차의 접근을 곤란하게 했던 도로변 불법주차가 뜨거운 이슈였다.

화재 발생 후 소방차가 신고 접수 7분 만에 현장 인근에 도착했지만, 불법주차 차량에 막혀 500m가량을 우회하느라 진화 작업이 14분이나 지연되면서 참사를 막지 못했다. 이에 우리나라 국민들은 소방차 진입을 방해했던 불법주차 차량들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대안을 찾고자 하는 목소리가 커졌었다.

그렇다면 사고 발생 후 1년이 다되어 가는 지금 변한 것이 있을까? 안타깝게도 제천 참사 그 이후에도 지금 우리의 도로는 하나도 변한 것이 없는 것 같다. 긴급차량 출동 시 공간 확보가 제일 중요한 이면도로들은 지금도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승용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큼의 공간만 존재하고 양쪽으로 불법 주차된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여전히 긴급 상황은 본인 일이 아닐 것이라는 이기적인 생각과 더불어 불법주차가 가져다주는 경제적, 시간적, 거리상의 개인적 편리성에 가려 위험성을 잘 보지 못하는 듯하다. 불법주차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긴급환자나 화재 발생 시 구급차와 소방차의 진입을 방해하여 초기 대응을 불가능하게 하여 화를 키우거나 추가적인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어린이 보호구역과 주택가처럼 보행자의 흐름이 많은 도로에서의 불법주차는 키가 작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 보행자들의 도로접근 시 존재 그 자체에 대한 확인이 곤란하여 소위 '사각지대 사고'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그리고 일반도로에서의 불법주정차는 도로의 폭을 좁게 보이게 하는 착시현상을 일으켜 보행자들로 하여금 무단횡단을 하면 위험하다는 방어적 심리를 무너뜨리면서 무단횡단의 기회 제공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되어 무단으로 도로를 횡단하는 보행자 교통사고의 원인 제공자가 된다. 또한 좁아진 도로로 인해 단위 시간당 이동할 수 있는 차량의 흐름량을 줄이게 되고 불법주차차량으로 인한 인위적 병목 현상으로 인해 차량들의 위험한 차로변경과 끼어들기 등으로 통행을 방해하여 교통흐름을 끊거나 느리게 하며 동일 방향 진행 차량들 간의 교통사고를 만드는 주범이 되어 운전자가 또 다른 운전자에게 불편을 끼치는 아이러니한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관리체계의 정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주정차 단속 및 관리 시스템이 경찰과 지자체로 이원화 되어 있어 일관성 있는 정책 설계나 집행이 곤란하다. 따라서 일관된 주정차 관리 체계를 갖추는 것이 우선적인 일일 것이다. 그리고 주차 시설의 확대도 항상 고려해야 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항이지만 현실적으로 반영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확대가 가능한 곳은 주차 시설확대를 추진하고 그렇지 못하는 곳은 자동차의 이용을 줄이도록 만들어야 한다. 대중교통을 세밀하게 체계화하고, 자전거와 같은 다른 교통수단의 이동이 용이하도록 특화된 도로 인프라 구축도 신경을 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불법주차에 대한 위험성을 운전자들이 더욱더 많이 알 수 있도록 지속적 홍보와 더불어 강력하고 일관된 단속도 병행돼야 한다. 불법주차를 차단하여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안전을 확보하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운전자들의 불법주차에 대한 인식 전환이다.
우리 주변에서는 신기한 현상들을 자주 목격한다. 유료공영주차장과 민간 유료주차장은 텅 비었으나 주차장 주변 도로는 불법주차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모습이 대표적일 것이다. 여전히 많은 운전자들이 주차는 비용이 필요 없는 무료 서비스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 파킹(BUY PARKING)'의 문화 형성이 시급하다. 차량을 가진 운전자는 차량의 주차는 특정 공간을 점유하는 것으로 반드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서비스임을 인정하고 실천해 옮겨야 한다. 올바른 주차문화의 대중화는 도로를 확장한 것과 같고 운전자 시야를 넓고 맑게 만들어 주는 것과 같으며 긴급 차량들에게 생명을 지킬 수 있는 희망의 시간을 제공해주는 것과 같다. 올바른 주차문화 정착을 통해 운전자·보행자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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