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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가 이번에는 대통령에게 울산외곽순환도로 개설 등에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 줄 것을 건의 했다. 어제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송철호 울산시장 등 17개 광역단체 시도지사들 간의 모임에서다. 이날 모임은 청와대가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한 '일자리 선언'을 채택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울산으로서는 당장 시급한 현안을 건의하는 것이 더 급했다. 외곽순환도로와 함께 울산시가 공을 들이는 부분은 공공병원이다. 공공병원과 외곽순환도로는 과거 정권에서도 공약사업이었지만 선거가 끝나자 흐지부지됐다. 이번에도 그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예타 면제 등 실현 가능한 방안에 집중하고 있다. 울산도시외곽순환도로 구간은 미호JCT~범서IC~강동을 잇는 25.3㎞에 사업비 8,964억 원으로, 이미 무산된 사업 구간인 미호JCT~범서IC까지 10.5㎞, 3,569억 원에 비해 규모가 2배 넘게 증가했다. 규모와 예산이 증가하면 경제성이 낮을 수밖에 없는 만큼 예타에서 또다시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국립병원도 마찬가지다. 앞서 추진됐던 산재모병원은 예산 1,715억 원, 연면적 4만 19㎡에, 200병상 규모였다. 재추진되는 혁신형 공공병원은 3,550억 원, 연면적 10만㎡, 500병상으로 이 역시 규모가 대폭 늘어났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이 두 사업에 대해 "수년 전부터 유치 시도를 했지만 예타에 발목이 잡히면서 실현되지 않았다. 예타만 가지고 판단한다면 지방 도시는 망해갈 수밖에 없다"면서 "예타 면제 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의지다"고 강조했다. 지역 균형발전 차원이라면 이 두 사업이 추진돼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울산은 특·광역시 중 외곽순환도로망이 없는 유일한 도시다. 울산외곽순환고속도로가 건설되면 동·북부 지역간 화물 물동량(화물차 비율 34%)의 도심 통행 분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 인접 원자력 발전소 및 지진·태풍 등 재난·재해 시 긴급 대피로 활용할 수 있고, 공사 기간 중 9,000명에 가까운 일자리 창출 효과를 거둘 수 있어 최우선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에도 부합한다.

혁신형 공공병원도 도시 규모에 비해 공공·민간의료기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의료비 역외 유출, 특수질환 등의 진료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 또 자동차·조선해양 등 국가기간산업이 집적해 있어 산업재해 발생 빈도가 높지만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점도 극복 가능해진다.

울산시가 외곽순환도로 건설에 집중하는 것은 울산의 도로사정이 갈수록 열악해지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산업수도를 자부하는 울산은 전국 대도시 중에서 대중교통이 가장 불편한 도시다. 특별시와 광역시 가운데 도시철도가 없는 유일한 도시로, 자동차 보유대수는 2006년부터 매년 평균 3.3% 급증해 10년 만에 54만 대를 기록했으며,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인 시내버스의 분담률이 20%도 채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주요 간선도로마다 심각한 교통체증을 앓고 있는 도시가 울산이다. 이 같은 문제는 도심의 동맥 역할을 담당하는 교통 네트워크가 후진국형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교통 선진형 도시들은 대부분 승용차 이용을 억제하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지만 울산은 완전히 반대로 가는 양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형 대중교통시스템의 조기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울산의 현재 교통정책은 그와 무관하게 흘러가고 있다. 최근들어 울산의 광역 도로망구축과 대중교통 시스템 개선이 시정의 주요과제로 부각되고 있고 트램 등 대체 교통수단의 도입도 활발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막대한 예산과 이해관계자들의 사회적 합의 등이 필요한 사안이다.

외곽순환도로는 당장 국비지원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정부는 경제성을 핑계로 외면하고 있다. 울산이 후발 광역시라는 핸디캡 때문에 여러가지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가장 두드러진 대목이 바로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다. 기반시설은 시민들의 삶은 물론 지역경제와 국가경제의 중추역할을 담당하지만 정부의 지원은 그야말로 쥐꼬리 수준이고 툭하면 타당성 등을 따지며 투자를 외면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울산시가 2021년까지 도로망 입체화를 추진하는 부분에 대한 외면이다. 울산시의 남북 8축과 동서 6축, 순환 3축 정비기본계획안이 그것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옥동~농소 도로, 오토밸리로, 국가산단진입도로 등이 완공되고, 울산~포항 고속도로, 밀양~울산 간 고속도로, 외곽순환고속도로망 등이 구축되면 도심을 거치지 않고 외곽도로망을 이용해 목적지로 바로 이동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교통 혼잡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이들 도로망 가운데 일부는 완공됐지만 대부분은 계획단계에 머물러 투자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울산시가 외곽순환도로에 집중하는 이유는 울산의 교통혼잡과 교통사고 감소뿐 아니라 김해신공항 건설에 따른 울산, 경주, 포항권의 이용자 약 300만 명에게도 교통편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도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물류이동에 문제가 생기고 이는 곧 지역경제와 국가경제의 걸림돌이 된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생활과 지역경제에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 도로망 확충은 미래를 보고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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