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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권 원전해체기술연구센터 유치를 놓고 울산과 부산, 경주 간의 신경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원전해체연구소 관련 용역에 들어갔으며,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올해 말쯤 부지를 선정해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최근 경상북도와 경주시가 원전 사업 내년 국비확보와 관련해 원전해체기술연구센터 사업비 확보에 나서면서 사정은 더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경북도 등에 따르면 도는 내년도 원전 관련 사업으로 원자력안전연구센터 설립 50억원, 방사선융합기술원 설립 92억원, 국가 원자력안전규제 전문인력센터 설립에 20억원 국비를 해당 부처에 요청했지만 해당 부처에서 한 푼도 반영되지 않은 채 기획재정부로 넘어갔다.

국비 6,000억원과 지방비 1,200억원을 들여 경주에 건립을 추진 중인 원자력안전연구센터는 가동 원전 안전성 연구와 사용후핵연료 수송·저장 종합 실증 연구 등을 하는 기관이다.
국비 480억원과 지방비 720억원이 투입되는 방사선융합기술원은 방사선융합 신소재 개발과 특화산업 육성을 위해 역시 경주 유치를 추진 중이다. 원자력 안전규제 전문인력 양성시스템을 체계화하기 위해 국가 원자력안전규제 전문인력센터도 200억원을 들여 추진 중이다. 이를 토대로 경북도는 안전과 연구에 중점을 둔 국제원자력안전연구단지 조성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최근 원전해체센터의 동남권 설치를 언급한 바 있다. 원전해체기술연구센터는 내년 초 예비타당성 조사 후 울산과 부산, 경주 가운데 한 도시가 선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입지 문제에 있어 울산은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울산은 이미 산업적 측면에서 플랜트, 정밀화학, 환경복원 등 국내 최고의 인프라를 보유해 해체 관련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쉽고 원전 해체기술 연구를 바로 실증화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입지 여건은 원전단지를 비롯해 UNIST, 한국전력 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KINGS) 등 관련 교육·연구기관이 있고, 원자력 시설에서 발생하는 거대 고하중 설비 운송을 위한 해상과 육상의 접근성이 우수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 산업·도시 인프라가 잘 갖춰져있다는 점은 잘 알려진 상황이다.

특히 기술적 연계성 측면에서는 고리, 월성, 신고리 등 인접 원전단지에 국내에서 운영 중인 모든 모델의 원전이 있으며, 다양한 산업군이 전문화돼 향후 해체기술의 타산업 응용 확장 가능성이 크다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 정책적 측면에서는 울주군 서생면 에너지융합산업단지 내 연구소 부지를 확정했고 원전이 있는 부산, 경북보다 국가의 인프라 수혜가 없어 원전 입지 도시간 균형발전 측면에서 울산에 가산점을 줘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울산은 원자력, 화학, 플랜트 등 원전해체기술 연구와 관련된 산업에서 세계적인 산학연 인프라를 갖춘 도시다. 이 때문에 울산시에서도 UNIST를 중심으로 국제세미나 등을 통한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한국원전해체기술협회와 함께 울산의 원전해체 산업체 현황 파악, 울산 기업이 참여 가능한 원전해체 분야 사업 발굴 등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의지다. 여론의 눈치나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좌고우면하면 정책결정이 산으로 가게 된다. 정부 정책이 여론에 밀리거나 반발이 두려워 움추려드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국가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시설은 어떤 반발이 있어도 밀어붙이는 것이 옳다.

정부는 지난 2014년 노후 원전 해체 기술을 연구하는 해체센터 설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해체를 대기하고 있는 원전은 120여 기에 달하고, 시장 규모는 2030년 500조 원, 2050년에는 1,0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더 이상 관련 기술개발을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울산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고등학교-대학-대학원까지 원자력관련 교육기관이 있으며 관련전문가를 양성하고 보유한 울산과학기술원(UNIST)-국제원자력대학원(KINGS)이 있어 원자력, 화학, 환경, 기계분야 등 학제 간 융합과 공동연구가 가능한 최고의 산학연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특히 국제원자력대학원은 고리원자력본부와 인접해 있어 원전해체 클러스터 구축이 용이하다. 여기에다 에너지융합산업단지에 원전해체기술 연구기관과 관련기업을 집적화하여 원전해체 연구개발과 실증화에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울산시는 확실한 원전해체센터 유치의 논리적 근거를 확보해 정부에 당당하게 유치센터 유치를 요구해야 한다.

정부도 이번에야말로 객관적 자료와 근거에 방점을 두고 해체센터 선정에 임해야 한다. 국익을 위해 어디가 강점이 있는지를 제대로 살펴 정치적 입김 없이 선정 작업이 이뤄지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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