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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남구의회가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 촉구를 위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안대룡 부의장이 대표 발의한 결의안 채택에는 구의원 전원이 동참했다. 안 의원은 "기록적인 폭염으로 여러 피해가 발생한 올 여름에도 서민들은 전기요금 폭탄 걱정에 에어컨조차 마음대로 틀지 못했다"며 "전체 전기 사용량의 13%에 불과한 가정용 전기 사용에만 징벌적 누진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문제다"며 정부의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를 촉구했다. 채택된 결의안은 청와대, 국무총리실,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전력공사 등에 송부할 예정이다. 

누진제 문제는 이번 여름 폭염으로 또다시 우리 사회의 논쟁거리가 됐다. 문제는 누진제의 경우 가정용에 집중돼 서민들의 걱정거리가 됐다는 점이다. 누진제가 문제가 되는 것은 여름철과 겨울철의 냉난방 문제와 연결된 사안이다. 누진제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은 에어컨이 과거에는 고급 가전제품이었으나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로 여름철 평균기온이 올라가고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지금은 필수 가전제품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내세운다. 에어컨 보급률은 2000년만 해도 29%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87%에 달한다. 일부이긴 하지만 외국에서도 주택용 누진제를 운용하고 있지만 누진율이 높지 않다. 전기절약과 소득재분배를 위해 누진제를 도입했으나 이미 우리나라 주택용 전기사용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에 징벌적 누진요금제를 지속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 문제에 대해 정부는 누진제를 폐지할 경우 전체적인 전기요금 수준이 올라가기 때문에 전기를 적게 사용하는 저소득층에는 부담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반박을 하고 있다.

이참에 누진제는 반드시 손을 보는 것이 맞지만 울산의 경우는 좀 더 다른 고민이 필요하다. 울산시민들에게 누진제 폐지나 개선은 중요한 문제지만 그보다 우선되어야 할 문제는 원전주변지역의 전기료 차등화다. 이미 이 문제는 오래전부터 정부에 건의된 내용이다. 울산시 울주군 등 원전 소재 5개 시·군의회는 원전 주변지역 전기요금 차등요금제 시행을 수차례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원전으로 인한 사회적 리스크를 고스란히 안고 살아가는 원전 소재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전기요금 차등요금제' 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원전주변지역 시·군의회 공동발전협의회는 전기요금 차등요금제 시행 필요성과 관련, "원전 건설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위험비용은 특정지역이 계속 부담하는 반면, 전력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수도권은 비용 부담 없이 서비스 혜택만 누리는 구조는 당연히 개선돼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실제로 원전주변지역은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송전하기 위한 송전철탑이 엄청난 위협이 되고 있다. 송전탑은 전자파 우려에 따른 대표적인 위해시설로 현재 원전 소재 지자체에는 53개 노선에 총 1,497기의 송전철탑이 설치돼 원전 못지않은 폐해를 주고 있다. 원전이 들어선 이후 오랜 세월 희생을 감당해온 만큼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차원에서 전기료 감면 등은 어쩌면 당연한 조치라는 주장이다.

이 문제와 관련, 또 다른 조사결과도 있다. 울산시민들은 수도권과 원전지역이 전기요금 차이가 없는 것에 대해 매우 불공정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조사된 내용이다. 사단법인 시민정책공방 사회여론센터가 울산시민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원전안전 및 에너지 분권의식 조사' 결과다. 이 조사에서 '수도권과 원전지역 전기요금의 차이가 없는 것이 공정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불공정하다'는 의견이 79.7%로, '공정하다'는 의견은 5.7%로 각각 나타났다. 특히 울산시민들은 수도권에 전력공급을 위해 원전공포에 내몰려 있는데도 타 지역과 전기요금 차이가 없는 것에 대해 매우 강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울산의 경우 송·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송주법)에 따라 울주군 청량·온양·웅촌면, 남구 두왕동 등 2,056가구가 주민복지 등의 혜택을 받고 있다. 이 같은 혜택 범위를 확대 적용, 전기료 인하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원전이 밀집한 부산지역 주민에게 전기료의 반값을 지원해야 한다는 시민운동도 이미 시작됐다. 부산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부산 기장군과 인근 해운대구부터 지역 조직을 결성하고 반값 전기료 실현을 위한 온라인 서명운동, 캠페인 등을 전개하고 울산, 경북, 전남 등 다른 원전 밀집지역 주민과 연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울산의 경우 부산보다 원전의 위험성이 큰 지역이다. 아래에 고리원전이 위치해 있고 위로는 월성원전이 버티고 있는 곳이다. 한 환경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월성·고리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인근 지역에서 최대 72만여명의 사망자와 최대 1,019조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이 같은 위험을 안고 살아가는 울산의 경우 반값 전기료 문제는 사실상 최소한의 대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거대한 원전 두 곳의 샌드위치에 놓여 있는 울산에 전기료 감면과 누진제 폐지 등은 당장 시행해야 할 실질적인 주민 복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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