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부쟁이의 전설
쑥부쟁이의 전설
  • 울산신문
  • 승인 2018.09.1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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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제 태화초등학교장

고향하면 무슨 꽃이 떠오르시나요?

들국화가 떠오르신 분은 없나요?

저는 들국화가 떠오릅니다. 어머니의 모습처럼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꽃입니다. 가을걷이가 끝나고 서리가 내릴 즈음 못둑, 논둑, 밭둑, 길가에는 들국화가 지천으로 피기 시작합니다. 

길가에 무더기로 핀 구절초. 그 고결함과 수려함에 지고 가던 지게를 내려놓고 멍하니 오랫동안 쳐다봅니다. 들국화. 너무나 정겨운 이름이지만 정작 꽃 이름은 아닙니다. 들국화에는 구절초, 쑥부쟁이, 산국, 감국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노랑, 주황, 연주, 자주색 등 2,000여종이 넘는 재배종 국화, 1970년대 춘천에서 처음으로 채집된 귀화식물 미국쑥부쟁이는 오늘의 주제가 아닙니다. 자생국화가 오늘의 주제입니다. 

내 고향 산청. 가을이 되면 구절초가 흐드러지게 핍니다. 9월에 동의보감촌에 피는 구절초는 천하제일이지요. 구절초는 5월 단오에는 줄기가 다섯 마디가 되고, 음력 9월 9일 중양절에는 줄기가 아홉 마디가 됩니다. 이때 채취한 것이 약성이 가장 좋다고 하여 구절초(九節草)라 부릅니다. 구절초는 처음 꽃이 필 무렵에는 벌, 나비를 유인하기 위해 꽃이 연분홍색입니다. 수정을 마친 뒤에는 차츰 흰색으로 변하죠. 구절초의 약성은 부인병에 아주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산구절초, 바위구절초, 한라구절초, 가는잎구절초 등이 있습니다.
 

쑥부쟁이. 쑥쑥 자라는 쑥을 캐러 다니는 불쟁이(대장장이)의 딸. 여기 그 아름다운 전설이 있습니다.

옛날 어느 산골에 대장장이 가족이 살고 있었습니다. 대장장이의 큰딸은 병든 어머니와 동생들을 돌보면서 가족들을 위해 쑥을 캐러 다녔습니다. 그 모습을 본 마을 사람들은 그를 '쑥을 캐러 다니는 불쟁이의 딸'이라는 뜻으로 '쑥부쟁이'라고 불렀습니다.

어느 날 쑥부쟁이가 쑥을 캐다가 상처를 입고 사냥꾼에게 쫓기고 있는 노루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쑥부쟁이는 상처 입은 노루를 숨겨주고, 상처까지 치료를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에는 산짐승을 잡으려고 파놓은 함정에 빠진 사냥꾼 또한 구하게 되었습니다. 사냥꾼은 잘생긴 청년이었습니다. 둘은 첫눈에 반하고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청년은 다음해 가을에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떠났습니다. 쑥부쟁이는 사냥꾼 청년을 기다리면서 한 해 두 해 보냈지만 사냥꾼은 소식이 없었습니다. 쑥부쟁이는 사냥꾼을 돌아오게 해 달라고 산신령께 간절히 기도를 했습니다. 그러자 몇 해 전 자신이 구해 준 노루가 나타났습니다.

노루는 주머니에 담긴 노란 구슬 3개를 주며 이 구슬을 입에 물고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였습니다.  첫 번째는 어머니를 낫게 하고, 두 번째는 사냥꾼을 만나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사냥꾼이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사냥꾼은 이미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있는 몸이었습니다. 쑥부쟁이는 사냥꾼이 원망스러웠지만 마지막 구슬로 사냥꾼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하였습니다.

그 후 쑥부쟁이는 사냥꾼에 대한 그리움으로 산을 헤매다 절벽에서 떨어져 죽고 말았습니다.  이듬해 그 자리에 아름다운 꽃이 무더기로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이 꽃을 쑥부쟁이라고 불렀습니다.

자연은 초목이 다 시들은 낙목한천(落木寒天)에 구절초, 쑥부쟁이도 모자라 산국, 감국(甘菊)도 선물로 보냈습니다. 산에 가까운 곳에서 피면 산국이요. 단맛이 나면 감국입니다. 꽃의 크기가 50원짜리 동전만 하면 산국이요, 500원짜리 동전만 하면 감국입니다. 

국화(菊花)야! 너는 왜 춘삼월에 싹이 나 온갖 초목이 꽃을 피우는 삼복염천(三伏炎天)에도 꿈쩍 하지 않더니 이제야 어이 서리를 노려보며 그 수많은 꽃봉오리를 토해 내느냐? 오상고절(傲霜孤節). 서리를 이기고 오만하게 외로이 선비의 절조를 지키려 하는 것이냐? 

신농서(神農書). 조선시대 약초에 관한 책으로 가장 널리 읽혀진 책입니다. 여기에 국화(菊花)가 몸을 경쾌하게 하고 수명을 연장시키며 머리와 눈을 맑게 한다고 하니 이제야 사람들이 국화주를 즐기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그 중에 가장 늦게 꽃을 피우고 붉은 줄기에 노란 꽃이 피는 감국이 최고라고 했습니다.

올 가을엔 행복정원 감국으로 국화주나 한번 담가야겠습니다.  태화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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