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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서 제조업의 핵심 경쟁력은 첨단기술 혹은 디자인을 접목해 최대 가치를 생산하는 것으로 정의될 수 있다. 물론 그 가치는 철저하게 소비자 관점에서 평가되고 가격과의 저울질을 통해 시장에서 '뜨는 제품'이 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이는 소비자 선택을 위해 경쟁 제품 사이에서 가치와 가격의 적절한 포지셔닝이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한 주목해야하는 것은 이 가치와 가격을 판단하는 소비자와 시장은 계속 변화하고 그 Needs는 다양해지고 있으며 이를 충족시켜야 하는 생산주체의 환경도 시시각각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제조업계에 닥친 부진과 어려움은 우리를 둘러싼 외부 환경의 변화가 더 크게 일어난 것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주위 경쟁국의 급격한 성장세, 소비자 선호도 다양화 및 기술 트렌드 변화가 우리의 예측과 준비를 뛰어 넘었다.

난관에 봉착한 제조업의 비상을 위한 해법으로 빅 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4차 산업화가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생산공정에서 오랫동안 얻어진 데이터에 기초한 수율의 증대와 불량 해결에 빅데이터, 인공지능기반 공정분석 및 대처는 훌륭한 처방전이 될 수 있다.

다양한 소비자 요구에 부응한 맞춤형 제품 생산을 위해서는 다품종 소량생산이 적합하며 이는 알려진 바와 같이 3D프린팅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제 소비·생산 환경 변화에 능동 대처하기 위한 방법으로 3D프린팅 기술 적용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당면한 문제는 제조현장에서 요구되는 변화에 발맞추고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빠르게 생산한다는 3D프린팅의 핵심 장점을 우리가 잘해왔던 기존의 대량 혹은 정형화된 생산시스템에 녹여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3D프린팅 기술 확산 속도가 더딘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가 중국 등 개발도상국으로부터 지금 겪고 있는 제조분야의 시련과 어려움을 이미 거쳤던 독일·미국 등 선진국들이 3D프린팅 기술개발 및 투자의 선두에 있다는 것은 3D프린팅에 대한 우리의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가 옳은 방향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전통제조업 분야에서 3D프린팅의 적용사례를 조선산업을 중심으로 살펴보자면 기존 항공·의료산업분야 보다는 기술적용 시기가 늦어 현재 잘 알려진 제품사례는 없다. 그러나 국·내외적으로 활발한 연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어 수년 내에 DNV-GL, Lloyd 선급 인증까지 완료된 우수 적용사례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조선분야 3D프린팅 기술적용 및 진행 사례로는 유럽의 RAMLAB(Rotterdam Additive Manufacturing Lab)社가 6m까지 대형 부품의 3D프린팅 제조가 가능한 설비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갖추고 선박용 프로펠러 등 부품을 제작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미국의 경우에는 군용 함정에서 고장난 기계/기구류 부품의 제작에 3D프린팅기술을 적용하고 있으며 실제 항공모함에 3D프린팅 장비를 설치해 효과를 검증하기도 했다.
美 CI(Cincinnati Incorporated)社는 강화 플라스틱 소재를 대형으로 3D프린팅할 수 있는 BAAM(Big Area Additive Manufacturing) 장비 및 공정기술을 통해 미 해군 특수부대용 잠수정 선체를 만들기도 했다.

아시아권에서는 일본의 아마바리社가 엔지니어링 S/W社인 Autodesk와 함께 프로펠러를 제작한 사례가 있고, 중국은 CSIC(China Shipbuilding Industry Corporation)社가 3D프린팅 기술도입을 위해 운남성에 설립(2016년)한 시제품 기술센터가 눈에 띄는 예다.

국내에서는 군용선박 내 단종 부품의 대체품 제작을 필두로 3D프린팅이 도입되기 시작했으며, 산업적으로는 현대와 삼성중공업에서 3D프린팅기술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선박엔진부품, 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촉매 및 밸브류 등의 제품군을 우선 선정해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물을 채운 냄비에 개구리를 넣고 불로 데우기 시작하면 서서히 온도가 오르기 때문에 그 안의 개구리는 알지 못하고 익어서 죽는다는 얘기가 있다. 위기에 처한 전통제조업에서 소비 시장과 생산 환경의 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변화지향의 선진형 생산시스템인 3D프린팅 기술의 적용이 지금 당장 큰 효과를 얻는 것은 어려울 수 있지만 미래에 대한 씨앗을 뿌리는 심정으로 노력한다면 한국의 제조업은 다시 한번 성장가도를 달릴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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